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탄핵심판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 종결 후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결론을 낸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 선고는 이례적으로 늦다. 헌재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탄핵 찬반 갈등과 결과를 둘러싼 국민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미지정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을 상대로 한 ‘전국민 화병 위자료 청구 집단소송’ 추진 계획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의 탄핵 선고가 지연되자 온갖 억측이 나온다. 선고가 늦어지는 이유로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조율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부터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팽팽해 한쪽으로 결론을 내리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추측까지 무성하다. 일부 재판관이 의견을 확고히 정하지 않아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국론 분열 양상이 과거보다 심각한 만큼 국민 통합을 위한 의견 일치에 공을 들이려는 헌재의 고심은 이해된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여태껏 선고 기일조차 잡지 못하는 헌재의 태도는 논란이다. 선고가 왜 늦어지는지 헌재가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국민 목소리가 커진다.

길어지는 ‘헌재의 시간’에 따라 국가적·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 지난 주말에도 전국 각지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져 국론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다. 탄핵 국면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사례보다 지대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복귀했으나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기엔 부족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우리 수출시장이 버티기 어렵다. 이런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 정부의 관세부과로 영국의 리서치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한국 경제성장률을 0.9%로 하향 조정했다. 원·달러 환율은 6거래일째 1460원대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혼돈의 경제가 이어지는 데 헌재는 언제까지 탄핵심판 선고를 미룰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이 30일 한 대행을 겨냥해 다음 달 1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 대행 재탄핵을 암시하는 것으로 헌재 선고가 늦춰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조국혁신당은 다음 달 4일까지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으면 헌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할 방침이다. 탄핵심판 선고를 미룬 여파로 헌재에 대한 신뢰도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27일 한국리서치 등이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응답자의 40%는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헌법재판관은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만큼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재판관 각자의 성향도 존중되어야 하겠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헌법적 가치와 법률적 판단에 기반한 합당한 결론 도출이다. 헌재는 이제 탄핵 인용이건 기각이건 결론을 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