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오전 11시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한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2월 25일 변론을 종결하고 재판관 평의 절차에 돌입한 지 38일 만에 결론이 나오게 됐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도를 반영해 선고 당일 대심판정에서 방송사 생중계와 일반인 방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4일로 발표된 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서울경찰청 제8기동단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윤 대통령 사건을 가장 오래 심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변론 종결 후 각각 14일, 11일 만에 결정이 나왔다. 그만큼 헌재가 재판관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고심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러 가지 억측이 난무하고 결정 지연에 따른 추측이 확대재생산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유지·해제하는 과정에서 헌법과 계엄법 등을 위반했는지 판단한다. 8명의 재판관 모두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법리와 양심에 따라 명확한 최종 판단을 내려야 마땅하다.

탄핵 선고일 재판관 8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 찬성 의견을 내면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이에 따라 조기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이와 달리 탄핵 찬성 의견을 내는 재판관이 6명 미만이면 기각된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헌재가 어떤 결과를 내놓든 윤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 이후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갈등을 고려하면 후유증이 걱정스럽다. 그동안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이어졌고 온갖 선동적인 표현으로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일부 국민은 헌재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격한 감정을 분출하면 혼란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선고일 결정에 따라 여론이 한층 들끓고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경찰은 이날부터 헌재 반경 100m 이내는 차벽으로 둘러싸 일반인 접근을 막는 ‘진공상태’로 만들었다. 헌재 인근의 초중고교들도 선고 당일 휴교한다. 사법적 판단에 폭동이 우려되면서 취해지는 조치다.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다. 탄핵 찬반 어느 쪽이든 헌재 선고에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하겠다.

국민 충돌과 분열을 막으려면 윤 대통령의 헌재 결정 승복 약속이 필요하다. 이유를 떠나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전체에 엄청난 후유증을 불러온 것이 사실이다. 승복 약속은 국민 통합을 책임져야 할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여야 정치권도 헌재 결정에 따라야 마땅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의 판결에 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은 결과 승복에 대한 메시지 없이 윤 대통령 파면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기각(각하) 시 불복·저항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제 정치권은 국민이 그 결과에 모두가 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해야 한다. 국민도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차분히 헌재 결정을 기다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