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중증 질환을 앓는 고령 환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환자실 치료 후 삶의 질을 회복하기 위한 ‘중환자 재활치료’의 필요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재활치료에 대한 수가가 없어 전담 인력조차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은, 가까스로 생존한 고령 환자들에게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마지막 기회마저 빼앗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속도는 일본(11년) 이탈리아(19년) 독일(36년)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빠르다. 이는 중증 질환의 발병률 증가와 중환자실 이용률 증가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과거 의료의 목표가 단순히 생명을 구하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생존자들의 50~70%가 겪는 신체 쇠약, 인지 저하, 우울증 등 ‘집중치료 후 증후군(PICS)’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중환자 재활치료는 생명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최대한 이전의 기능을 회복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핵심적인 의료 영역이다. 조기 재활치료는 중환자실에서의 근력 저하 및 기능 손실을 예방하고, 인공호흡기 이탈 성공률을 높이며, 재원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국제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중환자 재활팀(ICU rehabilitation team)을 구성해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실한 직후부터 개입하는 시스템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중환자 재활은 국제적인 의료 표준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반면, 한국의 시행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가장 큰 이유는 중환자 재활치료에 대한 수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가가 없는 치료는 전담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지금의 시스템 아래에서 중환자 재활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현실을 보여준다. 환자 1명을 치료하는 데 의료진 3명이 투입되어도 수가는 ‘0원’이라는 상황에서, 헌신만으로 지속 가능한 치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2017년 심장호흡재활 수가 신설 이후 해당 치료가 빠르게 활성화된 사례는, 중환자 재활치료에도 정당한 수가 책정이 얼마나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병원 내 시스템 개편과 함께, 지역사회 연계모델도 필요하다. 중환자실을 벗어난 고령 환자들이 겪는 인지 신체 정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 밖에서도 지원이 지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병원의 수가 체계 개선, 의료 질 평가 지표 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은 물론, 복지관·마을건강센터 등 지역 자원과 병원을 연계하는 새로운 모델의 기획과 실증 연구가 절실하다. 특히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등 중환자 재활에 특화된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병원과 지역에서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무적인 점도 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현재 70대의 신체기능은 12년 전 65세와 유사한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이는 고령 환자라 하더라도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충분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재활치료가 가능한 진단명이 있다면 중환자실에서도 치료는 가능하다. 과거에는 병실에서의 치료는 수가 인정이 어려웠지만, 보건복지부는 재활치료실이 아니더라도 병실 등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산업재해보험 등에서는 중환자실 에서 시행됐다는 이유만으로 삭감되는 모순된 현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본은 2016년부터 공간의 제약 없이 치료 내용에 따라 정당한 수가를 인정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는 노년 부양비의 급증이라는 경제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은 한국의 노년 부양비가 2024년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약 3.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가 현재 0.27명에서 약 1명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따라서 중환자 재활을 통한 조기 사회 복귀는 국가의 의료비 절감과 경제 활성화에도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중환자 재활치료는 단순히 의료 기술의 문제가 아닌,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을 지켜내는 마지막 기회이자 회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중증 고령 환자들의 ‘생존’과 함께 ‘건강한 삶의 회복’을 위해, 중환자 재활치료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료계는 현실적인 수가 체계 마련과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모든 중증 고령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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