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모든 국가에 기본 10%를 적용하고 무역 불균형이 심한 국가에는 추가 관세를 물린다고 공표했다. 기본관세는 5일부터, 추가관세는 9일부터 발효된다. 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 26%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무력화이자,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중 최고 세율이다.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24%)이나 유럽연합(EU·20%)보다 높다. 국가별(중국 멕시코 캐나다) 관세와 품목별(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까지 현실화하자 전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신보호주의 통상전쟁이 본격화됐다. 리더십도, 재정 실탄도 없는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백척간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세계 모든 국가에 10~49%에 이르는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공표하면서 국가별 관세율 수치가 적힌 패널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6%라는 수치가 왜 나왔는지부터 오리무중이다. 이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발표 때 들고 있던 패널에는 25%였다가 행정명령 부속서상엔 26%로 최종 확인돼 관세율 책정 근거를 한층 의아하게 만든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거론한 비관세 무역장벽 등을 원인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트럼프의 전면적이고 전방위적인 관세 도발에 우리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더 답답하다. 관세는 관세로 맞서는 게 상식이다. 실제로 EU와 캐나다는 보복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한미 관계는 외교 안보 군사 등에서 긴밀하게 얽혀 섣부른 대응이 더 큰 악재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 재무장관은 “보복관세는 꿈도 꾸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미국이 발표한 관세 3종 세트 가운데 한국은 2종의 직접적인 영향권이다. 이미 철강과 자동차 관세를 25%씩 맞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상호관세 26%까지 더해지면 대미 수출은 현격하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 품목별 관세는 현대자동차처럼 현지화로 일부 만회가 가능하지만, 상호관세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한국 기업이 생산기지를 둔 국가의 대미 수출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내수 침체와 투자 부진에 리더십 부재마저 겹친 한국은 사실상 유일한 성장 엔진인 수출마저 위축될 경우 그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부산도 비상이다.

트럼프 행정부 기조는 ‘선 관세 부과, 후 협상’이다. 상호관세 발효까지 시간이 있다. ‘0% 대 26%’라는 지형만은 바꿔야 한다. 우선은 26%의 근거를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어떤 협상 전략이 통할지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가 크긴 하지만 상당 부분이 미국 현지 공장 증설과 같은 투자 연계형임을 어필해야 한다. 우리가 독점적인 기술력을 가진 반도체 조선 방위산업 등을 지렛대로 삼을 필요도 있다. 국가별 품목별로 제각각인 관세율을 고려해 생산거점 재배치 등 정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이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국가와 협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