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당선된 김석준 교육감이 3일 취임,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진보 성향인 김 신임 교육감은 이번 재선거에서 51.3% 득표율로 보수 성향의 정승윤 후보(40.19%) 최윤홍 후보(8.66%)를 따돌렸다. 이번 재선거는 하윤수 전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지난해 12월 대법원 확정 판결로 낙마하면서 치러졌다. 김 교육감의 임기는 다음 동시지방선거가 열리는 내년 6월까지다. 전임 교육감의 불명예 퇴진으로 부산 교육 위상이 추락했고 리더십 공백으로 여러 혼란이 야기됐다. 김 교육감은 하루빨리 조직을 추스르고 부산 교육 정상화에 매진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당선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3일 부산진구 부산시교육청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김 교육감은 2014년과 2018년 부산시교육감에 2차례 연임한 교육 전문가다. 2022년 3선에 도전했으나 하 전 교육감에 석패했다.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 부산 교육 수장의 공백을 메울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육감은 이날 취임사에서 “위기의 부산 교육을 빠른 시일 내 정상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공약을 바탕으로 향후 교육 정책의 핵심 방향을 제시했다. 고등학생들에게 인터넷 강의 수강을 지원하고, 문해력과 수리력 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력 격차를 줄이는 등 공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초등학교 입학준비금 30만 원, 사립유치원 교육비 전면 지원, 어린이집 영아반 급식비 지원 등 교육복지 확대도 약속했다. 업무 자동화로 교사 행정 업무를 줄이고 인공지능(AI) 교육기관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교육감이 자신의 교육철학을 담은 공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잔여 임기가 1년 2개월에 불과한 데다 예산 반영과 교육계 의견수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 교육감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으로 교체되면서 부산 교육정책의 근간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김 교육감은 “전임 교육감의 권위주의와 전시행정으로 구성원들이 힘들었다”며 “학교 현장을 무시한 일방적인 행정은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늘봄학교 확대와 오전 체육활동인 아침체인지 등을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청사 이전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췄다. 자칫하면 소모적인 갈등으로 교육계 전반과 학부모 혼란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취합해 좋은 정책은 잘 유지하면서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길 바란다.

부산 교육은 학령인구 감소, 학력 저하, 교권 추락 등 어려움에 처했다. 서부산·원도심의 교육 지표가 동부산에 비해 현저히 낮은 ‘동서 교육 격차’는 해묵은 숙제다. 부산교육청이 공교육 강화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사교육비 증가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실망감이 교육감 선거를 향한 관심을 떨어뜨린 측면이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22.8%에 그쳤다. 김 교육감은 현장과의 소통이 부산 교육을 정상화하고 시민 신뢰를 얻는 첫걸음임을 명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