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어떤 병이 있는지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의 몸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다. 머리카락이 희게 변하거나 얼굴에 주름살이 깊어지는 정상적인 노화에서부터 얼굴이 노랗게 변하거나 손가락 끝이 뭉툭해지는 등 병적인 원인에 의해서도 본인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간장 질환에 있어 중요한 신체 변화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황달은 담즙 색소인 빌리루빈이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제거되지 않고 피부에 침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상인의 경우 빌리루빈은 간에서 대사되어 담즙과 함께 담도를 통해 십이지장을 거쳐 대변으로 빠져나가지만, 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빌리루빈의 배설이 원활하지 못해 체내에 쌓이게 된다. 피부가 노랗게 되는 것은 빌리루빈 색소가 노랗기 때문이며 주로 눈 흰자위에 먼저 나타나고 얼굴, 앞가슴, 온몸으로 퍼져 나가며 심하면 까맣게 변색이 되기도 한다(흑달).
거미상 혈관종은 우리 몸에 모세혈관이 거미가 다리를 쫙 펴고 누워 있는 모양처럼 확장되는 경우로 앞가슴, 목 부위, 얼굴, 손등 등에 주로 생긴다. 중심에 작은 적색의 동맥성 혈관이 있고 그 주위로 가느다란 모세혈관들이 마치 거미 다리처럼 방사상으로 펴진 형태의 혈관 확장 병변이다.
손톱이나 뭉툭한 볼펜 등으로 중심혈관을 누르면 그 부위가 창백해지고 압박을 풀면 다시 붉게 퍼진다. 거미상 혈관종이 우리 몸에 3개 이상 나타날 때는 간장 질환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수장 홍반은 손바닥의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손바닥이 붉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가끔 정상인도 손바닥이 붉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손바닥 전체가 같이 붉어지는 경우가 많다. 간이 나빠 생기는 수장 홍반은 우리가 손바닥을 땅에 가볍게 대었을 때 흙이 묻는 부위, 도톰하게 튀어나온 부위가 주로 붉게 변하며 손바닥의 중심부는 상대적으로 하얗게 보인다. 수장 홍반이나 거미상 혈관종은 혈중 에스트로젠의 농도가 높은 경우 잘 생긴다. 정상적으로는 임신 중일 때, 병적으로는 간이 나빠 에스트로젠이 간에서 충분히 제거되지 못할 때 나타날 수 있다.
오랜 기간 간 기능이 나빠지면 간에서 알부민 생성이 감소한다. 알부민은 우리 혈관 내에 수분을 보관하는 스펀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알부민이 감소하면 혈액 내 수분이 혈관에서 주변 혈관 외 조직으로 특히 복강으로 흘러 들어가 복수가 생긴다. 체중증가로 인한 복부비만과는 달리 배꼽이 들어가지 않고 평평해지거나 오히려 튀어나오기도 한다. 복부가 팽팽해지고 옆구리가 불룩해져 물이 가득 찬 주머니 같은 모양이 되기도 하며 발등이 붓고 부종이 동반하기도 한다.
여성형 유방 변화는 남성의 유방 조직이 여성처럼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양측 모두 같이 커지는 경우보다 한쪽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고 간경화증과 같은 만성 간질환에서 제거가 잘 안 되어 혈액 내에 에스트로젠이 상대적으로 많아 생긴다.
그 외에 철분이 비정상적으로 침착하는 혈색소 침착증때 검게 변하는 피부변색, 윌슨씨병에서는 각막과 공막(흰자위) 사이에 구리가 침착되어 생기는 황갈색 또는 녹색의 고리, 간경화증과 동반된 문맥압 항진으로 배꼽 주변의 혈관이 확장되거나, 혈소판 감소나 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인한 멍, 자반 등도 간장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소견이다.
이상과 같은 몸의 변화가 생길 때 간장 질환을 의심할 수 있으니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며 혈액 간기능 검사, 감염 바이러스 검사, 초음파와 같은 영상의학적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