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대통령에 출마한 후보들이 국민의 행복을 약속하는 많은 공약(公約)을 내세우며 나라를 소리로 가득 차게 한다. 그들 말 대로만 된다면 우리 국민은 정말 행복하고, 대한민국은 K-컬처가 세계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처럼 정치적으로도 세계에서 최고 국가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은 드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공중에 흩어지는 공약(空約)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건너고 있는 이 시점에서 모든 국민이 원하는 세상은 공정한 세상이다. 지금 후보들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환경과 제도를 설계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공정과 정의를 외치고 있다. 무엇이 공정이고 정의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공정이란 공명정대(公明正大)의 준말 이며 공평하고 올바름이란 뜻이다. 같은 뜻의 말로는 대의멸친(大義滅親)이 있다. 큰 정의를 위해 사사로운 친분이나 혈연조차 버린다. 누군가의 대의멸친이 결국 모두를 위한 공정한 사회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공적인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잘못이 있다면 규율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공과 사의 구분이 필요한 순간, 원칙과 규율을 지켜야 할 때, 사적인 관계 때문에 전체의 정의나 질서가 흔들릴 때 누구보다 아끼는 사람이라 하더라고 그 사람이 잘못했다면 눈물을 머금고라도 처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누구를 감싸면 안된다’는 상징적 메시지로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다. 아무리 힘들고 가슴 아픈 결정일지라도 전체를 위한 정의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자신과 가깝고 지금까지 동고동락을 해 온 사람이라도 눈물의 결단을 하는 그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 아닐까?
지금 우리나라는 비정상적인 시간을 지나면서 공직자나 기업, 정치권에서 책임 있는 처벌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지금과 같이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빚어진 대통령 선거를 하면서 모든 국민은 공정함과 원칙 있는 지도자를 바라고 있고 그러한 사회를 원한다. 불공정은 정의에 가장 위배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공정이란 어떤 특수하고 구체적인 경우에 대해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인지 판단하는 자연적인 느낌이다. 공정은 정의의 척도이자 기준이며 공정함이 없으면 정의는 현실에서 성립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공정은 정의의 제1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정이 담보되지 않는 정의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공정함이란 용어가 뜻하는 바는 한 마디로 하면 신분의 귀천이나, 남녀 간의 성별이나, 재산의 유무나 학식의 정도나 외모의 차이 등을 일절 배제한 가운데 하나의 평균주의적인 평등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럴 경우 현실에서는 공정함이란 잣대 내지 기준 때문에 지극히 비 공정함이 발생할 수 있다. 공정을 더 쉽게 간단히 언급하면 공정은 배분의 공평성 즉 분배의 정직성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공정이라는 용어는 기회의 균등을 의미한다. 공정성이 전제되지 않은 정의는 정의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사회는 모든 부분에서 기회의 균등이라는 공정 개념이 허물어지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정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까?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의 6월 항쟁으로 민주주의는 더욱 공고화되었고 2016년의 대규모 촛불집회와 대통령의 탄핵 2024년 12월 3일의 어이없는 계엄선포로 인한 2025년 대통령의 탄핵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과 한국 역사의 역동성을 보여준 계기들이었다. 한국 사회는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자기의 성공과 남의 실패는 실력이고, 나의 실패와 남의 성공은 운이라는 분열적 사회현상이 ‘헬 조선’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만들고 한국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은 평등과 공정에 민감한 문화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즉,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한다. 공정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 낮다 해도 철저히 지키고 이를 어길 때 누구든 예외 없이 처벌을 받는 게 기대수준을 높이 설정하고 잘 지키지 않으며 위반해도 처벌은 선택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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