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종반전이다. 후보들 간 선거전이 더욱 치열하다. 부산은 선거 때마다 최대 격전지다. 이번 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30여 년 전 보수당 계열 후보가 부산을 호령하던 때가 있었다. 민주자유당 후보였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92년 14대 대선 때 부산에서 무려 73.34%를 득표했다. 반면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김대중(DJ) 전 대통령 득표율은 12.52%에 그쳤다. ‘3김 시대’를 이끈 두 대통령은 나란히 대권 꿈을 이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2025년 5월. 지금 부산에는 양 진영 후보가 결과를 알 수 없는 승부를 벌인다. 30년 이상 ‘보수당 텃밭’이라는 정치 지형은 변화가 없다. 하지만 민심의 변동성은 극적으로 커졌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양 진영 고정 표다. 수십 년간 불변이다. 세력의 주인을 결정하지만, 대선 변수는 크지 않다. 반면 부산은 어느 한 쪽에 확실한 힘을 싣지 않는 ‘스윙 보트’로 변했다. 부산 선거전이 유독 치열한 이유다.

16대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부산에서 66.74%를 얻었다. YS 이후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이후 보수당 후보 누구도 ‘60%’를 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김 이후 가장 강력한 보수 지지층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그도 18대 대선 때 59.82%에 머물렀다.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득표율은 58.25%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대 대선에서 부산 지지율을 29.85%까지 끌어올렸다. 노 전 대통령 1인이 주도한 민주당의 부산 공략에 세력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시발점이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39.87%를 득표했다. ‘40% 고지’를 눈 앞에 뒀지만, 문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에서는 오히려 38.71%로 주춤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이재명 후보도 38.15%에 그쳤다.

YS 이후 부산 민심을 보면 보수당 지지는 10% 정도 줄었고, 민주당은 20%가량 늘었다. 국민의힘은 뼈아픈 부분이고, 민주당은 희망고문을 감내하는 까닭이다. 탄핵 등 변수 없이 여야가 전력으로 맞붙었던 18대, 20대 대선이 ‘51 대 49 승부’로 결판난 배경에는 부산이 자리한다. 양 진영이 ‘60’과 ‘40’을 목표로 잡는 데는 현실적인 고민이 담겼다. 탄핵으로 다시 정권을 잃은 국민의힘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하고, 민주당은 3년 만에 정권 탈환을 벼른다. 여도 야도 없는 두번째 대선. ‘부산 승리 포인트’를 노리는 양 당의 ‘동상이몽’이 흥미롭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