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내버스가 파업으로 28일 새벽 첫 차부터 운행을 중단했다가 이날 오후 노사 협상이 타결돼 정상 운영으로 복귀했다. 1992년 5시간 파업 이후 33년 만이다. 2007년 5월 준공영제 시행 후 파업은 없었다. 버스 노사 협상은 연례행사처럼 매해 막판 극적으로 타결됐다. 시민은 파업으로 출근길 큰 불편을 겪었다. 파업 소식을 듣지 못한 시민은 오랫동안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일부는 뒤늦게 알고 택시를 이용했다.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은 택시가 잡히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도시철도에 승객이 몰리면서 출근길 혼잡을 빚었다. 9시간 만에 접을 파업을 왜 했는지 궁금하다. 버스 노사와 부산시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부산지역 시내버스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부산 연제구공영버스차고지에 운행이 중지된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김동하 기자

이날 새벽까지 머리를 맞댄 버스 노사는 노조가 정기상여금 부분을 대폭 양보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버스회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12월 자동차 부품업체 노동자가 승소한 대법원 판결로 사측은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 노조는 정기상여금과 여름휴가비를 폐지하는 대신 통상임금 포함에 따른 인상분을 임금으로 보전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산시가 다른 시·도보다 앞서 협상을 타결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유예한 것도 속도 조절에 영향을 미쳤다. 어렵게 마련된 노동위원회 조정안이 거부되면서 노조에 빌미가 됐다.

부산시가 한나절 만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서 이날 오후 1시께 시내버스 노사가 손을 잡았다. 오후 2시께부터 버스는 정상 운행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 임단협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영향을 받았다. 서울 상황을 살피다 자칫 시간을 끌어 조정안마저 물 건너 가면 사태가 오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노사는 성과상여금과 하계휴가비를 폐지하고 전반적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총액 기준으로 임금은 10.48%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정년은 만 64세로 1년 연장한다. 노사는 그동안 임금 8.2% 인상과 성과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을 두고 견해차를 보였다.

임금이 오른 만큼 부산시 부담이 커진다. 부산시는 준공영제 시행으로 매년 시내버스 운영 적자를 보전한다. 2023년 2710억 원, 지난해 2600억 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시내버스 업계 적자는 2820억 원이다. 어려운 시 재정 때문에 적자 보전금도 제때 주지 못했다고 한다. 운영 적자 보전금은 부산시 추가경정예산의 단골 메뉴다. 이번 임금 인상으로 시가 추가 부담해야 할 지원금은 5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2014년 21.1%이던 것이 2023년 18.8%로 줄었다. 그런데도 지원금은 해마다 늘고 있다. 부산시 지원금의 70%가 인건비다. 노사는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줄일 것은 최대한 줄여야 마땅하다. 대시민 서비스도 향상해야 한다. 경영 혁신으로 적자를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