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이 34.74%로 20대 대선(36.93%)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이틀간 모두 평일에 치러진 첫 사전투표임을 감안하면 유권자 투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대한민국을 이끌 새 대통령을 뽑겠다는 열망이 적극적인 투표권 행사로 이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 관리 부실 문제가 또다시 터져나와 우려스럽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1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방문해 사전우편투표함 보관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선 투표사무원이 남편 신분증을 이용해 자신과 남편 이름으로 2차례 투표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의 한 투표소에선 투표용지가 외부로 반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선관위는 관외 사전투표자가 몰리자 내부 공간 부족을 이유로 용지를 받은 선거인들을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게 했다. 일부 선거인이 용지를 들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추가 신분 확인 없이 투표했다. 투표용지 배부와 기표 속도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선관위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선 특정 후보를 찍은 투표용지가 관외 사전투표용 우편봉투에 이미 들어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선관위 측은 “해당 선거인이 투표소에서 혼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타인으로부터 기표한 투표지를 전달받아 빈 회송용 봉투에 넣은 자작극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선관위 분석대로 제삼자에게서 전달받아 봉투에 넣은 것이라면 그 자체로도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선관위가 투표 관리 부실로 불신을 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3·9 대선’ 사전투표 땐 용지를 소쿠리, 쇼핑백 등에 담고 투표함에 넣어 감사원 감사를 받은 것은 물론 부정선거 시비에 시달렸는데 고쳐진 게 없다. 사전투표 관리가 부실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감시활동에 나서다 경찰에 체포되는 소동이 잇따랐다. 지난달 29일 밤 경남 하동군 선관위에선 한 30대 남성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건물에 침입하다 체포됐다. 이런 극단적 행동은 선관위가 불신의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 가뜩이나 부정선거 음모론이 나라를 어지럽히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사전 투표 관리 부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선관위는 사과에 그칠 게 아니라 진상규명을 엄중히 한 후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것이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이 댓글 조작팀을 운영해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의혹이 나오는 등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전이 치열하다. 선관위는 3일 본투표에서 관리 부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의 의미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투·개표 관리에 총력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