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는 좀체 따라 하기 힘든, 부산만의 예술 축제가 있다. 제21회를 맞이한 부산국제무용제(BIDF)다. 올해 이 예술 축전은 지난 4일 시작해 오는 8일까지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 영화의전당, 수영사적공원 등에서 펼쳐진다.

부산에는 해수욕장이 일곱 곳 있다. 임랑·일광·송정·해운대·광안리·송도·다대포해수욕장이다. 상당수는 도심에 있다. 도심에 있든 외곽에 있든 대체로 이들 해수욕장에는 전철(부산도시철도나 동해선)을 타고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외지인, 특히 외국인 여행객이 부산에 왔을 때 도시철도를 타고 도심에 내려서 좀 걷거나 잠깐 시내버스를 탔을 뿐인데 큼직한 해수욕장이 곧장 나타나는 걸 보고 무척 좋아한다고들 한다. 부산은 전철 타고 해수욕장 가는 도시다.

부산국제무용제는 이런 자연 조건을 춤이라는 예술 콘텐츠와 연결해 2005년 시작했다. ‘호남은 소리, 영남은 춤’이라는 표현이 있고 ‘부산은 춤의 고장’이라는 세평은 지금도 유효하다. 춤과 바다를 엮어 부산국제무용제를 만든 건 지혜로운 일이다. 제1회부터 제4회까지는 광안리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었고 2009년 제5회부터 주무대를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로 옮기는 등 변동은 있었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무대를 차려 관객이 수평선을 함께 보며 세계 여러 나라 춤 공연을 감상하는 뼈대는 변치 않았다.

그사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부산국제무용제는 진화하고 발전했다. AK 21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을 지속해 부산에서 춤의 신예가 탄생할 수 있게 했고, 치열하게 활동하는 외국 춤 단체·안무가·기획자·춤꾼 등이 부산으로 찾아와 교류하고 협업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조금씩 확장했다. 제1회부터 제10회까지는 빠짐 없이 모든 해변 공연을 현장에서 보았고 그 뒤로도 꾸준히 부산국제무용제를 취재한 처지에서 말하자면, 좋은 작품을 꽤 많이 만났다. 신은주 운영위원장은 “춤 예술 교류와 발전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부산국제무용제의 위상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다채로운 춤 공연이 주는 에너지를 부산 춤 예술 발전으로 이어가고, 현장에서 관객의 몰입·향유 수준을 높이는 등 세밀한 노력과 점검은 여전히 중요하다. 올해 제21회 행사는 5일 헝가리 세게드현대발레단의 현대 발레극 ‘카르미나 부라나’(6일과 7일도 공연)로 막을 올렸다. 6일과 7일 저녁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 공식 초청 공연 등이 펼쳐지니 ‘춤의 도시’를 느낄 시간이 충분하다.

조봉권 문화라이프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