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5일 주재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차관들이라 어색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 내각 인선이 완료될 때까지 불편한 동거는 불가피하다. 이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듯 “우리는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들이니까 국민을 중심에 두고 최선을 다하자”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김밥을 먹으며 오후 1시50분까지 이어졌다. 비상경제 상황인 만큼 국가 최고지도자가 당연히 해야 할 모습이다. 그동안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실에서 열린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체제 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 국민은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을 하신다”며 “최대한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이 힘든데 공직자가 느슨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안 업무를 파악하면서 대안도 제시했다고 한다. 조속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부처별 현안 보고 사항에 대해 질문하자 장·차관들이 힘들어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전 정부 시절 대통령 모두발언이 주를 이뤄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이 대통령이 김밥까지 먹어 가며 국무회의를 오래 한 것과 취임 첫날인 지난 4일 오후 늦게까지 비상경제점검 회의를 주재한 것은 공직사회에 보내는 경종이다. 내각 인선이 완료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라는 메시지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공직 기강을 잡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10분 쉬고 바로 열린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는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때 부주의나 무관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며 “인·허가보다 안전 영역에 유능한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잇따라 열린 두 회의에서 국정 기조의 중요한 축인 민생과 안전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전날 오후 늦은 시간까지 후보 시절 공언한 대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소집했다. 주요 경제 부처 차관과 정책 실무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미통상 현안과 추진 방향을 청취하고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침체된 경기와 민생 문제점 및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틀 연속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취임하자 주식시장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오르며 힘을 보탰다. 취임 직후 민생을 챙기는 모습에 안정감이 든 국민이 많을 것이다. 초심을 끝까지 유지하기가 어렵다. 항상 ‘처음처럼’을 되새기며 국정에 임해주길 바란다. 피폐해진 민생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위직에서 말단 공무원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