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 면(
糸- 8)속 리(衣 - 7 )감출 장(
艹- 14 )바늘 침(金 - 2)
겉 다르고 속 다른 인물은 어디서나 지탄받는다. 더하여 번지르르한 말을 하고 다니면서 행동은 전혀 달리하는 사람은 모두 상종을 하지 않으려 한다. 부드러운 솜 안에(綿裏) 날카로운 바늘을 감춘다(藏針)는 뜻의 이 성어는 겉으로는 착한 체하나 마음속으로는 아주 흉악함을 이르는 말이다. 어찌 보면 겉은 훌륭하나 속은 형편없는 羊頭狗肉(양두구육, <34>회)보다 몰래 사람을 칠 준비를 하는 이 말이 더욱 피해를 많이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중국 元(원)나라의 화가이며 서예가인 趙孟
頫(조맹부,
頫는 구부릴 부)의 '跋東坡書(발동파서)'란 글에 실려 있는 내용에서 유래되었다. 東坡(동파)는 중국 北宋(북송) 때 제1의 시인이자 대문장가인 蘇軾(소식)의 아호이다. 부친 蘇洵(소순)과 동생 蘇轍(소철)과 더불어 三蘇(삼소)로 알려졌고, 赤壁賦(적벽부)는 동파의 명작으로 꼽힌다. 이 글에서 글씨에 일가를 이룬 동파의 글에 대해 자신도 '나의 글씨는 마치 솜 속에 숨겨진 쇠붙이와 같다(余書如綿裏鐵/ 여서여면리철)'고 말한 적이 있다 했다.
이때의 '솜 속의 쇠붙이'는 보기에는 부드러운 것 같지만, 실상은 속에 뼈가 들어 있는 듯이 필치가 강하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이처럼 이 말은 겉으로 부드러우나 마음속은 꿋꿋하고 굳세다는 外柔內剛(외유내강)을 나타냈기에 조금도 나쁜 뜻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綿裏針(면리침)으로 글자가 바뀌면서부터 의미가 달라져 칭찬하는 말이 아니라 '웃음 속에 칼이 있다'는 笑裏藏刀(소리장도)와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됐다. 言行一致(언행일치)를 덕목으로 한 선현의 가르침은 겉과 속이 다른 것을 경계하는 비슷한 성어를 많이 남겼다. 북한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했을 때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선 딴마음을 먹었다고 비난한 陽奉陰違(양봉음위)나 面從腹背(면종복배), 口蜜腹劍(구밀복검), 包藏禍心(포장화심) 등 숱하다.
마음속에 쇠를 담았든, 바늘을 숨겼든 언젠가는 드러난다. 그런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그에 관련된 사람들은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나는 말이 한결같은지 '모른다', '관계없다'만 합창한다.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온 청와대 전 비서실장이나 재벌그룹 총수들, 특혜로 입학시킨 대학 총장과 학장은 그러지 않았다고 잡아뗀다. 대통령의 헌재 답변서와 재판에 나온 최순실도 모두 자기와는 관계없다고 강변한다. 천연스런 얼굴의 이면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