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春在枝上已十分·춘재지상이십분

종일 봄을 찾았어도 봄을 보지 못하여(終日尋春不見春·종일심춘불견춘)/ 짚신 신고 산꼭대기 구름 속에 가보았네.(芒鞋踏破嶺頭雲·망혜답파령두운)/ 돌아오니 난데없이 매화 향기 풍겨오는데(歸來偶把梅花臭·귀래우파매화취)/ 이미 매화가지 끝에 봄이 와 있었구나.(春在枝上已十分·춘재지상이십분)

위 시는 중국 송나라 때 어느 여승(宋尼僧)의 오도시(悟道詩)라고 전하는 작품이다. 흔히 ‘尋梅 ’(심매·매화를 찾아서) 또는 ‘探春 ’(탐춘·봄을 찾아서)으로 알려졌다.

시인은 봄을 찾으려고 산꼭대기 구름까지 뒤지다가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때 바람결에 매화 향기가 풍겨오는 것이 아닌가. 뜰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봄이 이미 마당에 와 있었는데, 딴 곳을 헤매고 다녔다는 이야기이다. 깨달음의 시이므로 작품 속 봄은 당연히 ‘도(道)’를 비유한 것이리라. 울산 가지산 석남사에서 수행하다 입적한 월하 계오(月荷戒悟·1773~1849) 스님이 위 작품을 보고 시를 읊었다. ‘비구니의 오도시를 보고(見尼僧悟道詩·견니승오도시)’로, 자신의 문집인 ‘가산집’(伽山集)에 있다.

“꽃내음 새소리에 해마다 봄 맞으니(花鳥臭聲歲歲春·화조취성세세춘)/ 춘심의 기별은 무릉의 구름일세.(春心記莂茂陵雲·춘심기별무릉운)/ 여승에게 묻노라 무슨 지식 깨달아(問君尼輩何知識·문군니배하지식)/ 그때에 봄소식을 십분이나 잡았던가.(謾捉當年春十分·만착당년춘십분)” 그대 여승은 제 집 마당에 핀 매화 향기를 못 맡고 종일 산꼭대기까지 찾아 헤맸다는 이야기를 하는구나. 그대 비구니에게 묻는다. 무릉 땅 산마루 구름 속에 피어나던 봄꽃과 우짖던 새소리에 과연 어떤 도를 얻었는가? 선승이 쓴 시답다.

도는 산 너머 저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있다는 뜻이다. 행복을 찾으려 산 너머 저쪽을 기웃댄다. 우리가 간절히 찾는 행복은 뜻밖에 가까운 곳에 있음을 말한다. 지난주 제주도에 갔다가 이중섭미술관 뜰에 활짝 핀 홍매를 보았다. 청매도 절반 이상 피어 있었다. 오늘 아침 지리산 쌍계사 입구 도로가의 녹향찻집 앞 매화나무에서도 꽃이 피고 있었다. 매화의 계절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