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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91> 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어 키우며 시 읊은 고려 시대 이규보

동글동글한 눈은 짙은 푸른색이네(團團眼深綠·단단안심록)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7-23 18:41:4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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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보송한 털은 옅은 청색이고(細細毛淺綠·세세모천록)/ 동글동글한 눈은 푸른색이 짙네.(團團眼深綠·단단안심록)/ 생김은 호랑이 새끼와 견줄만하고(形堪比虎兒·형감비호아)/ 그 소리에 집의 사슴도 무서워한다네.(聲已懾家鹿·성이섭가록)/ 붉은 실로 끈을 만들어 매주고(承以紅絲纓·승이홍사영)/ 누런 참새고기를 먹이로 준다네.(餌之黃雀肉·이지황작육)/ 힘써 할퀴며 시종 빠르게 오르고(奮爪初騰蹂·분조초등유)/ 꼬리를 흔들며 점차 길들여지네.(搖尾漸馴服·요미점순복)/ …

위 시는 고려 시대 때 문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어’(得黑猫兒·득흑묘아)’로 그의 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있다. 위 시는 전체 내용의 앞부분이다. 그는 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었던 모양이다. 털은 옅은 청색이고, 눈은 짙고 푸른색을 띠었다. 아마 호랑이 새끼도 이렇게 생겼으리라. 목줄도 만들어주었다. 참새를 잡아 먹이로 주며 키웠더니 발톱으로 온 곳 할퀴며 높은 곳도 잽싸게 오르내린다. 주인을 알아보고 사랑도 받을 줄 안다.

어젯밤 얼룩 고양이 점돌이의 새끼 네 마리 중 거무스름한 한 마리가 “야옹 야옹”거리며 애처롭게 울어 나가 보니 몸을 뒤틀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죽을 모양이구나 싶었다. 네 마리 중 세 마리가 눈병에 걸려 고생하는 중이었다. 오늘 아침에 보니 역시나 죽어있었다. 그동안 집에 와 사는 들고양이들을 보살핀 경험에 비추면 새끼들이 눈병에 걸리면 거의 살지 못했다. 마음이 아파 죽은 고양이가 좋은 곳으로 가라는 만시(輓詩)를 한 수 지을 생각이다.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 이규보의 심정이 이해된다.

새끼 고양이의 죽음에 비유할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세상 버리는 분들이 더러 있다. 그제 필자는 19세기 시·서·화에 능했던 우봉 조희룡이 유배 살던 임자도에 답사를 가 둘러보는데 고향 일가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조일현(72) 문중 회장님의 동생 조부현(68) 조카님이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셨다. 또 지리산국립공단에 근무하신 한 분(65)이 어제 세상을 버리셨다고 연락이 왔다. 부음을 듣는 건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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