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조선에 대한 식민지 경영을 합리화한 첫걸음이었고, 조선이 일본의 속국으로 전락한 첫 단계인 한일의정서가 1904년 2월23일 강제 체결됐다. 외부대신서리 이지용과 주한 일본공사 하야시 곤스케 사이에 조인된 한일의정서는 일본에 군사용 부지를 허용하고 일본군 사령관의 서울 주둔을 허락함으로써 조선을 일본의 대륙 침략을 위한 군사기지로 내준 조약으로, 일본에는 5월의 '대한시설강령', 8월의 '제1차 한일협약'과 함께 1905년 11월의 '을사보호조약'으로 가는 교두보의 의미를 지녔다.

이후 2월 25일께부터 일본 군마와 병사들이 경성에 진주하기 시작했다. 의정서에 따라 일본이 일본군 주둔 목적으로 헐값에 강제 매수한 300만 평의 땅이 오늘날 용산 미군기지이다. 3월 8일자 관보를 통해 의정서 내용이 알려져 국민들이 반발했지만 이미 대한제국은 국권 상실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