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 12월 회의는 온라인 토론으로 진행됐습니다. 10명의 위원이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참석자 (가나다 순)

▶김대갑(본지 시민기자) ▶김원명(음악평론가·경성대 교수)

▶배현정(부산대 학보사 편집장) ▶오창호(부경대 신방과 교수)

▶유순희(부산여성신문 편집장) ▶이희숙(주부)

▶진강수(언론인) ▶채승영(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장)

▶한동희(노인생활연구소장)

▶황소민(좋은문화병원 미용성형재건센터 소장)

황소민

▶김원명=대선 이후 새 당선자에 거는 경제 살리기 기대가 한층 더 부풀어진 듯하다. 당선자의 자신만만한 주장이 이제 현실로 옮겨져 국민 대다수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현 시점에서 지역 언론이 챙겨야 할 대목은 나라 전체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발전과 직결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선자의 공약이나 지나온 경력을 참고한다면 부산지역 발전에 그다지 장밋빛 전망만 하기 어려울 듯하다. 광역시들 중 부산은 최근 수년 사이 세력이 가장 약화한 도시이다. 인구도 많이 줄었다. 서울과 가까운 곳일수록 발전한다는 말까지 버젓이 돌아다닌다. 지역 언론은 중앙 언론을 흉내 낼 생각보다는 당선자의 공약들 중 지역 발전과 관련된 부분을 꼼꼼히 따지고 이를 주민들에게 알려 서울의 들러리 노릇을 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해야 한다. 지금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역 언론이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며 국제신문이 그 선두 주자가 되길 바란다.

▶한동희=국제신문은 부산을 대표하는 언론으로서 지역의 발전적 미래를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성실한 보도와 공정성에 입각한 기사, 독자의 이해를 진실하게 돕는 신문으로 거듭나는 데 가일층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화, 정보화, 고령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앞서 짚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대선 후보들의 노인정책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게 아쉽다. 노인정책은 고령화 시대 현안으로, 한국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해 진 문제 중 하나인데도 말이다. 후보별 공약의 특징과 비교, 검토가 미흡했고 정책의 한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지적이 없었다. 노인 유권자들이 후보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내용이 전반적으로 부실했다. 또 사이버공간을 통해서도 정책 토론의 장을 이끌 수 있었는데 그 활용도가 낮아 아쉽게 생각한다. 세계화 흐름에 맞춰 지구촌 국가들의 강점을 살펴 부산 발전과 부산시민들의 의식을 미래 지향적으로 유도하는 기획물을 풍부하게 다루는 것도 국제신문에 주어진 과제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일을 되짚어 볼 때 국제신문 독자위원으로서의 활동이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평판(reputation)이 촉진하는 신뢰가 언제나 시장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속성'이라고 강조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의 말이 생각난다. 독자의 눈과 손을 이끌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민의 등불' 역할을 한다는 독자들의 평판을 받는 신문이 되길 기대한다.

▶김대갑=신문의 일차적인 사명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믿음과 신뢰를 대중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만으로 신문의 사명을 한정 짓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이 허전함을 달래는 것은 다양한 재미를 주는 기사들이다. 12월21일 자 '근교산&그너머'의 마산 인성산 편은 재미를 한층 배가시키는 기사였다. 가보지 않아도 마치 갔다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전달력이 빼어났다. 반드시 이 산을 가보리라 생각하며 스크랩을 해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딱딱한 첨단 과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과학면도 유익하다. 배와 비행기의 이중성격을 지닌 '위그선'이나 12월13일 자 '틸트로터 항공기' 기사는 흥미진진했다. 12월23일 자 권순익 논설위원의 '우파의 적은 우파다' 칼럼은 초보수적 정치적 흐름인 매카시즘을 경계하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정파적 이해보다는 나라의 이익과 민초들의 이해를 대변할 것을 권고한 명문이었다.'오른쪽으로 조금씩 치우치는 버스는 인도로 뛰어들기 십상이다'는 글귀는 우파정권을 향한 적절한 충고였고, '자신을 실어다 준 우파라는 나룻배를 놓아라'며 실용을 강조한 대목은 기막힌 촌철살인이었다. 명 칼럼은 신문을 강건하게 하는 '강장제'임을 새삼 느낀다. 사설과 칼럼, 도청도설의 힘이 부쩍 세지고 있다. 논설위원들의 고뇌가 담긴 글을 계속 기대해 본다.

▶오창호=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오늘날 정치는 미디어 정치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은 각 후보의 면면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다. 특히 선거법은 조직 동원이나 금품제공 등의 폐해를 막고자 선거에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미디어 선거는 이러한 현실적인 장점뿐 아니라 미디어가 국민의 눈과 귀가 돼 후보자들의 선거운동과 공약 등에 관한 정선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매우 유익한 면이 있다. 그러나 최상의 소통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뤄지는 접촉적 행위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디어 선거가 더욱 강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유권자와 후보자 간의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간 투표율이 점차 낮아지는 것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미디어 선거가 한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번 선거에서 부산은 경남북을 통틀어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낮은 투표율에 대해 국제신문은 '입 막고 귀 막은 선거법'에 그 원인을 돌렸다. 물론 타당한 지적이지만 더 심층적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순희=올해 국제신문의 가장 큰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레이아웃이다. 글과 사진의 안정감 있는 배치와 부드러운 편집은 한결 독자와 친숙해졌다.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 단순 뉴스보도에 머무르지 않고 시도한 다양한 글쓰기는 신문 특유의 딱딱함을 없애주고 있다. 요일마다 색다른 기획기사를 대폭 확대해 '그날 읽고 그날 버려지는 신문'이 아닌 '읽고 보관해 두는 신문'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지역 현안과 이슈를 중점 보도, 지역밀착형 신문으로 거듭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마부노호사건을 이슈화해 피랍 선원들을 성공적으로 귀환시키는 데 이바지했고, 부산의 한 중소 건설업자의 재개발 비리에서 시작된 이른바 '김상진 게이트'에 대한 부패구조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독자들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 성실히 지면에 반영하는 자세는 지역과 함께, 독자와 함께하는 신문임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에 따른 해양 오염 문제 등 탐사보도는 부족한 듯 보이고 간혹 지나치게 지면을 많이 차지하는 사진의 확대 배치는 어색하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찾고 있다. 국제신문다운 독창적인 편집은 '국제신문 스타일'을 창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를 선도하는 신문, 지역밀착형 신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황소민=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럴수록 언론이 의학·건강정보를 다룰 때 객관성과 정확성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 독자들이 다양한 의학 정보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공신력이 요구된다. 올 한해 국제신문 의료면은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됐다고 평가한다. 일반적 관심사를 주된 기사로 내세우고, 그와 관련한 소소한 정보를 곁들여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특수 의료분야에 있어서는 다양성이 아쉬웠다. 예를 들어 이번 달 '손 저림' 관련 기사에서는 진단적 차원과 내과적 측면을 주로 다루었는데, 외과적 측면도 함께 포함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손 저림의 혈관과 신경 수술이 필자의 전공분야 중 하나이기에 이런 조언이 가능하다. 의료면 고정 물인 한의학 칼럼도 주된 기사의 주제에 맞춘 내용이라면 한 질환을 더욱 다양한 측면에서 진단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희숙=해마다 연말 때면 대부분 신문에서 신춘문예 접수 마감이 임박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신춘문예 지망생들은 12월 초가 되면 올해는 특별히 나만 바빴던 것처럼 애써 위안하면서 내년에는 일찍 준비해 아는 사람들에게 지면으로 인사하리라며 야무진 다짐을 하게 된다. 12월13일 자 1면 오른쪽 아래에 실린 '국제신문 신춘문예 마감 하루 앞으로' 제목의 알림은 비록 사고(社告) 성격이지만 뒷날 우체국 문 닫을 때까지 신춘문예 지망생들을 설레게 하고 독려하기에 충분한 세련되고 감각적인 글이었다. '미처 원고를 보내지 못한 분들에게 시계는 째깍째깍 빨리도 흘러가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신춘문예 지망생 여러분이 퇴고하고 있는 그 글이 당선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14일 자 우체국 소인만 찍혀있으면 정상적으로 접수됩니다'. 마감 임박, 역량 있는 신인 여러분의 도전을 기다린다 등 틀에 박힌 신춘문예 알림이 아닌 살아 펄떡이는 글이어서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이렇게 몇 줄 안 되는 글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기사와 칼럼이 신문 곳곳에 가득했으면 한다.

▶진강수=17대 대통령선거는 참으로 지루하고 짜증 나는 기간이었다. 전국의 신문 방송이 모두 그러했듯이 국제신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후보자들의 정책대결이나 공약점검 등을 충분히 보도하지 못했다. "국제신문은 다른 언론매체와는 다르겠거니" 하고 애정이 어린 눈으로 보는 골수 국제 독자들로서는 실망스럽다. 그 흐름이 아무리 크고 도도해도 그것이 탁류라면 몸을 맡길 수 없는 것으로, 한발 물러서서 지켜볼 줄 아는 성숙함을 독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신문은 여론을 이끌기도 하고 반영하기도 한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의 보도는 여론을 이끌지도, 반영하지도 못했다고 평한다면 억울한 면도 없진 않겠다. 그러나 'BBK'에 함몰된 대선정국 속에서도 정책대결의 장으로 후보들을 끌어내야 했다고 한다면 욕심일까? 아쉬운 대목이다. 그나마 11월19일 자 '주요후보 공약점검'과 12월3일부터 5회에 걸친 '대선자문단 공약분석'은 위안이다. 이제는 이명박 당선자에게 눈을 돌릴 차례다. 후보 시절에는 공약이었지만 그 공약이 앞으로 5년, 나라를 이끌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므로 그 허실과 부산 경남 울산 지역의 이해득실을 따져야 한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 문제는 식수 환경 등 면에서 우리 지방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심도있는 분석과 활발한 찬반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채승영=정해년이 저물고 있다. 석양의 그림자가 길어지면 사람들은 하루를 뒤돌아보게 되고, 12월의 한풍에 목을 움츠리면서 사람들은 한 해를 되짚어본다. 국제신문에 2007년은 육십갑자를 다 채운 큰 어른이 된 해이다. 1947년 창간 이후 지역신문의 선두주자를 자처하며 몸을 아끼지 않았고 올해 역시 그러했다. 전국 최초 직선 교육감 선거, 검증도 없이 벌컥 들이킨 한미FTA, 탈레반과 샘물교회 사이에서 잃어버린 정부의 체면, 윤리 불감증의 신정아와 그 주변인들, 이념의 가시장벽을 유유히 저려 밟은 남북정상회담, 보수 우위의 대통령 선거, 시작도 끝도 없는 대학입시 전쟁 등 숨 가쁜 사연들을 실어날랐다. 올해 국제신문은 전반적으로 호흡이 긴 기획물들이 돋보였다는 게 독자들의 평가이다. 다가오는 무자년에도 창조적인 기획물을 양산해 줄 것을 주문한다.

▶배현정= 12월21일 자 19면 '좋은 경험은 담아가고 쓰린 기억은 고쳐가는 한해였기를…' 제목의 2007년 문화예술계 결산은 무엇보다 '부산'에 충실해 유익했다. '발견' '인물' '반성'으로 테마를 나눠 정리한 것도 독자들에게 비판과 칭찬, 감성의 조화를 느끼게 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평가한다. '미래'와 같은 2008년을 가늠해 보는 문화 이슈를 정리하고, 지면을 더 할애해 심층적으로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독자위원으로 활동하며 국제신문에 생긴 애정만큼이나 아쉬운 점은 대학생들이 볼만한 기사가 적다는 것이다. 교육 기사 대부분이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교육과 관련해서도 '대안교육 10년 새로운 출발'과 같은 심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획물이 생산됐으면 한다. 대통령 선거 후 '부울경 투표율 및 득표율'과 '방치된 선거 현수막 처리' 기사는 시의적절했다. 특히 현수막 처리 기사는 문제점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짚어 경각심을 높인 게 돋보였다. '근교산&그너머' 인성산 편은 2등에 머물렀던 인성산을 조명한다는 관점부터가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기자의 동선이 눈으로 그려져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양질의 기사가 신문 경쟁력에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