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에서 부터 김대갑, 김원명, 김화일, 배현정, 오창호, 유순희, 이현만, 이희숙, 진강수, 한동희, 황소민

본지 독자권익위원회는 28일 올 들어 첫 전체회의를 갖고 지난 한 달간 국제신문 지면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11명의 위원들은 취재 및 편집 등 신문제작의 전반에 대해 깊이 있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으며 개선 사항을 제시했다.

◇일시 : 2008년 1월 28일(月) 오후 4시

◇장소 : 국제신문 5층 편집국 회의실

◇참석위원(가나다순)

▶김대갑(본지 시민기자)

▶김원명(경성대 교수)

▶김화일(가톨릭대 교수·부산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배현정(부산대 학보사 편집장)

▶오창호(부경대 신방과 교수)

▶유순희(부산여성신문 편집장)

▶이현만(메가마트 부장·부산유통업모임 회장)

▶이희숙(주부)

▶진강수(언론인·전 본사 편집국장, 이사)

▶한동희(노인생활과학연구소장)

▶황소민(전문의)

◇국제신문 참석자

▶송석구 대표이사 ▶김주남 논설주간

▶박성권 편집국장 ▶장병윤 편집부국장

▶배재한 노조위원장


▶이희숙=집에서 신문 세 가지를 보고 있다. 그 중 국제신문은 '시장과 전장' '문학기행' 등 문화 관련 기획물은 다양하고 참신한데 독자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교육분야는 다소 미흡한 것 같다. 특히 지역의 교육 현안에 대해서는 부족함을 느낀다. 최근 인수위에서 영어공교육 강화방안을 내놓고 수능 등급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지역 학생들, 특히 농어촌 학생들의 교육환경에 어떤 변화가 올지 등은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저는 김해 장유면에 사는데, 면 단위의 말단 지역에 대한 소식은 사건사고 아니면 거의 없다. 또 최근 들어 다문화 가정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그들을 위한 기사는 인색하기만 하다. 그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마이너리티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시선으로 다문화가정이 소외되지 않도록 언론이 앞장서야 할 것 같다. 아울러 국제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 대한 행정정보나 생활정보 등이 많이 부족하다.

▶유순희=오늘 아침 참 반가운 기사를 봤다. 제가 살고 있는 서부산권 개발에 대한 기사다. 두바이와 같은 부산을 제안하면서 그 중심에 서부산을 놓은 강력한 희망의 메세지였다. 그러나 낙동강 일대는 세계적인 생태보고인데 무분별한 개발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국제신문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봤으면 좋겠다. 최근 부울경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평가 시리즈는 좋은 기획이었다. 그러나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보도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연말 대선 때부터 여성부 해체 이야기가 많았는데 끝내 현실이 되었다. 여성부 통폐합 여파로 전국 여성계가 들끓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해양부와 교육부 문제에는 신경을 쓰면서 여성의 목소리는 잘 반영하지 않았다. 모니터단을 만들어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어떨까. 총선 보도에 있어서도 유권자들의 의식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사를 많이 생산해 달라.

▶한동희=지난 모임 뒤 활자가 커지는 등 독자위원회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어 기쁘다. 조간이다 보니 중앙지와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지역 현안을 어떻게 부각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월요일자마다 게재되는 노인 분야에 관한 기획기사는 좋다. 기자가 현장을 누비면서 쓴 기사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서 기사를 구성하는 것은 어떨까. 오프라인에는 기사와 사진만 몇 컷 나오는데, 사이버 공간에서 동영상까지 볼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신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복지분야 등 일반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취재의 영역을 넓혀 달라. 최근 인수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산출신 위원들이 여성, 노인, 경제분야 등에서 부산·경남에 유리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인수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기획기사를 생산해 달라.

▶김대갑=최근 서부산권 개발에 관한 보도는 좋다. 평소 국제신문 기사가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많이 아쉬웠는데…. 그러나 여전히 동부산권 등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의 기사는 많은데 반해 서부산권 등 여타 다른 지역에 대한 기사는 적다는 느낌이다. 해운대 마린시티 등의 발전 전망에 대한 기사는 많이 실려도 북·사상구 등 서부산권의 소외 지역에 대한 기사는 적다. 부산의 여러 지자체의 발전 전망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다뤘으면 좋겠다. 지난 1월 14일자 '인수위 수도권 정책 봇물 지방 소외되나' 제하의 기사는 지역 언론으로서 바른 지적이었다. 인수위가 계속 이런 마인드를 갖고 간다면 지방은 소외될 것이 뻔하다. 잘못된 인수위의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해 바로잡아야 한다. 얼마전 과학면에서 가상세계를 다룬 '세컨드 라이프'는 흥미로웠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가상세계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른 부작용과 대처방법 등도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김원명=문화계에 몸 담고 있다보니 문화계 소식에 관심이 많다. 부산에 10개 예술인 단체가 있는데 절반 이상이 최근 단체장을 바꿨고, 오늘 저녁엔 예총회장 선거가 있다. 언론도 지역 문화계의 수장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이슈가 인수위 등에 편중되다 보니 문화관련 정보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는 느낌이다. 또 인수위가 쏟아내는 정책들을 보면 지방에서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앙 편향적이다. 지방에서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해야한다. 그 선두에 국제신문이 있었으면 한다. 교육과 관련해서도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지금 학원가는 표정관리를 한다고 한다. 대입자율화 3단계 방안도 결국 서울의 일부 사립대만 웃게 할 것이다. 양도세와 용적률 완화 등 부동산 정책도 서울 일부지역만 혜택을 본다. 새 정부의 지방홀대에 대해 대응을 해야 될 것 아닌가. 기획 시리즈로 중앙집중과 지방분권 문제를 다뤄보는 건 어떨까.

▶오창호=최근 인수위 활동 등 큰 이슈가 잇따르는데, 그것을 다루는 기사의 방식이 너무 단순하지 않은지 묻고 싶다. 낙동강 블루델타의 경우, 방대한 기획임에도 불구하고 기자 한두 명이 몇몇 인물을 인터뷰해서 한 면을 메운다. 심층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앙지의 경우 전문가를 모아 좌담형식으로 의견을 취합하기도 한다. 전문적 식견을 가진 대기자가 좌담회를 리드한다. 국제신문도 기자를 키워서 지역의 의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배양했으면 좋겠다.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의정평가 시리즈는 조사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부족했다. 의원의 잘한 점 , 못한 점을 단순하게 게재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평가라고 볼 수 없다. 지난 12월 22일자 기사에서 부산시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해 누구는 몇회, 몇분 질문 등으로 서술했다. 이런 것은 표물로 만들고 기사에서는 분석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수요일 게재되는 교육면의 경우 '논술'에 무려 2개 면을 할애하고 있다. 얼마나 많이 읽힐지, 효용성 차원에서 의문이 든다. 오히려 초·중학생에 맞춘 교육기사가 독자들에게 필요할 것 같다.

▶배현정=대학생들이 신문을 잘 안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언론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사회,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보도들이 있지만 대학생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사는 적다. 얼마전 등록금 인상 기사가 1면 머릿기사로 나왔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심층적인 기획이 없어 아쉬웠다. 대학관련 기사 대부분이 입시에 초점이 맞춰지고, 대학사회의 속을 들여다보는 기사는 거의 없다. 취업면이 새로 생겨 반가웠다. 일자리를 구하는 대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취업면은 분석보다 정보성을 우선으로 했으면 한다. '상상력 발전소' 기획도 괜찮았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부산의 상상력은 지금 어디에 있나'라고 화두를 던졌지만 아직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두 번째 나미나라공화국 편은 이색 관광지 소개처럼 느껴졌고, 세 번째 낫씽디자인 그룹에 대한 기사는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 벗기기처럼 보였다. 대학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운하 문제는 언론보도를 보면 찬성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부산의 미래 기획도 대운하 건설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은연 중 대운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현만=독자위원회에서 제시한 의견이 실제로 편집과 제작에 반영되는지 궁금하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저의 의견은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다. 변화된 모습 보여 달라. 1월 25일자 '녹색 부산 한참 멀었다' 제하의 기사를 보고 난 뒤에 실제로 길가의 가로수를 보니 계절적으로 잎이 다 떨어져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다른 도시의 사례와 비교해 기사를 썼는데 부산시의 녹지 예산이 얼마인지 인구당 얼마인지, 다른 도시는 또 어떤지, 보다 구체적인 수치가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식목일을 전후한 4월에 다시 한번 심층적으로 다뤄주기를 기대한다. 문제 제기도 좋지만 대안까지 제시하는 기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화일=최근 인수위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저는 이명박 정부에 부정적인 편이다. 이 당선인으로 인해 지방은 더 암울해질 것 같다. 친기업·친언론 정책의 허상을 언론이 좀 깨우쳐 줬으면 한다. 최근 인수위 관련 보도들은 분석이나 비판이 없이 알리기에만 급급하다. 물론 국제신문 기자 수가 많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기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기획이 나와야 하고 현장을 뛰는 기자도 많아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위세는 대단하다. 제가 아는 한 분은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다 된다. 선거비용도 안 든다"라고 말할 정도다. 국제신문이 앞장서서 이번 총선에서 공천 과정 등을 세세히 보도해 지역발전을 위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또 이명박 정부 탄생 이후 우려되는 '환경과의 전쟁'에 대해서도 국제신문이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감시해 달라.

▶황소민=지난번 독자위원회에서도 지적했듯이 언론들이, 특히 인터넷 매체들이 해외 토픽란에 나오는 임상실험 등을 아무런 여과없이 보도한다. 이번 달에도 모 중앙지 인터넷신문을 보다가 영국 해외토픽에 손가락이 없는 사람에게 발가락을 이식시켰다는 기사가 나왔다. 나는 10년 전부터 엄지가 없는 사람에게 발가락을 이식해 주는 수술을 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늘 일어나고 있는 것을 대단한 일인양 과대포장해 보도한다. 국제신문의 인터넷 신문은 무료라는 점이 좋고, 신문전용 뷰어가 따로 있어 신문 보기가 편리하다. 구성도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영상매체와 인터넷 신문은 종이 신문과는 다르게 동적이다 보니 흥미 위주의 상업성과 선정성을 갖고 있다. 모든 인터넷 영상매체들이 야한 동영상을 걱정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 젊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파생되는 여러 부작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진강수=지역 국회의원 의정 평가는 좋은 기획이었다고 인정하지만 내용은 좀더 업그레이드 시켜야한다. 단순한 출석률과 법안발의 건수 등으로 의정 평가를 하기 힘들다. 지역의 특정 이슈가 있었을 때 이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가, 또 그후에 어떻게 변했는가 등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원들의 이런 태도와 활동을 데이터베이스화 했다가 4년 후 총선 때 그것을 가지고 평가한다면 좋은 기획이 될 것이다. 인물평 기사는 천편일률적으로 좋은 소리만 한다. 언론의 한계인데, 부울경 국회의원 의정평가 역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회적 약자나 서민들의 아픔을 배려하는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타기의 불편함을 다룬 '속터지는 승강기'는 따뜻하고 울림이 있는 기사다. 최근에 보면 '모' 라는 표현 많이 쓴다. 봉생병원에 화재가 났는데 모 병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제가 되는 정치인에 대해 타 매체는 실명을 쓰는데 국제신문만 이니셜을 쓰는 경향이 있다.

▶김주남 논설주간=독자위원들의 지적은 평소 저희들도 막연하게나마 느끼고 있던 문제들인데 그날 그날 제작에 바빠서 넘어간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서 정확하게 지적됐다. 인수위 문제라든지 익명 표현이라든지, 지적한 문제들은 앞으로 하나하나 고쳐나가도록 하겠다.

▶박성권 편집국장=지역 국회의원 평가 시리즈는 심도나 평가기법이나 원론적으로 보면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신문에서 최초로 한 시도다. 또 객관적인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석률, 입법 발의 건수, 지역 공약에 대한 입장을 기준으로 잡았다. 의원들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다룬 것은 총선을 앞두고 특정인의 단점만 쓸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기획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오늘 나온 여러 지적들은 최대한 지면에 반영시키도록 하겠다. 실버면과 취업면은 우리 신문만이 가진 특유의 지면이다. 취업면에는 일자리에 목마른 젊은층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많이 싣도록 하겠다. 앞으로 지역에 더욱 천착해 부산·울산·경남의 경제와 문화, 사회가 두루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