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 2월 회의는 온라인 토론으로 진행됐습니다. 9명의 위원이 참가해 이번 달 지면 전반에 대한 평가와 개선해야 할 사항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참가자(가나다 순)

▶권경업(시인)

▶김대갑(본지 시민기자)

▶김원명(음악평론가·경성대 교수)

▶유순희(부산여성신문 편집장)

▶이현만(메가마트 부장·부산유통업모임 회장)

▶이희숙(주부)

▶장선화(부산여성회 사무처장)

▶진강수(언론인)

▶황소민(좋은문화병원 미용성형재건센터장)

김원명

▶김원명=요즘 새 정부의 각료 및 청와대 수석 후보자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들의 행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의 백화점을 보는 듯하다. 오죽하면 국민들 입에서 이명박 정부는 '강남부자 정부'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140억의 재력가 장관, 전국에 40건의 부동산을 소유한 장관, 부인에 아들 딸까지 모두 미국 국적을 가진 장관, 평균재산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부자 장관들이 과연 서민들의 삶을 제대로 살피고 나아지게 해 줄지 국민들은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국제신문은 지난 2월 23일자 종합4면에서 '대한민국 1%내각, 싸늘한 여론'이라는 제하에 이 문제를 다루었다. 하지만 1/4면 정도만 할애하여 사실의 윤곽과 여야 양측의 입장만을 간략히 밝혔을 뿐이다. 문제의 사회적 중요도와 국민적 관심도에 비해 기사의 비중을 너무 축소했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지역의 다른 일간지는 이 문제를 종합3면 전면을 할애하여 비판적 시각에서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다. 국제신문이 진정한 지역 대표신문으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세심하게 파악하고,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인사청문회의 신랄한 보도를 기대한다.

유순희

▶유순희=한나라당 1차 공천심사 결과가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해 한나라당은 지역구 선출직 30% 여성공천 할당과 행정부처 내 여성 고위직을 확대 임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여성 관련 공약은 많은 여성들에게 기대를 심어 주기도 했는데, 이번 공천결과를 보면 가히 실망적이다. 30%는커녕 이러다가 여성 의원의 수적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 중심 또는 친 이명박계 중심의 내각인선과 공천 행태는 지방과 여성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국제신문은 2월 23일자 3면 한나라당 부울경 1차 공천심사결과와 관련 '울산 경남도 친李바람, 여풍은 미풍'이란 기사는 여성 공천에 대한 미흡함을 어느 정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2월 19일(8면), 20일자(6면)에 잇달아 소개된 사회면 무허가 석면패킹 공장 르포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기사에 의하면 반경 2Km 이내 인근 지역에까지 여파가 미친다니 인근지역 주민으로서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석면의 해로움은 익히 알고 있지만 단지 '암 유발 가능성이 높은' '1급 발암물질'이라는 점만 언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멘트를 빌려 그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황소민

▶황소민=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육계는 영어교육에 대해 연일 정책을 내놓으며, 가족을 생이별시키고 사교육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영어교육을 공교육 차원에서 해결해 보겠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이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바뀌었고, 이번에는 그 대상이 외국어 부분이라 많은 걱정이 앞선다.

예산과 영어 교사를 많이 확보하여 영어를 생활화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생활회화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좋은 취지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교육 여건이 다르고 영어와 우리말의 언어구조 자체부터가 판이하게 다르다. 무엇보다 언어의 배경이 되는 문화와 교육제도가 다르다. 필자의 경우도 20년 넘게 영어 공부를 했고, 외국 학회 및 연수생활 등으로 지금도 매일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생활회화 정도의 수준이다.

그 동안 국제신문에서도 새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에 대해 시론과 칼럼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다루어 왔다. 이제는 교육계의 구체적 방안이나 앞으로 학생과 부모 입장에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새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에 대한 타당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을 통한 심층진단의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

진강수

▶진강수=통신기사의 정리가 상당히 미흡하다. 통신기사의 경우 통신사의 데스크를 거친 기사이기 때문에 모두 제대로 정리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신문에 보도된 통신기사를 자세히 읽어 보면 틀린 것, 적절하지 않은 표현,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것들이 간혹 눈에 띈다. 아마도 신문을 통해서 독자들을 만나기 때문에 통신이 다소 기사정리에 소홀할 수 있지 않겠느냐 싶기도 하다. 그러나 신문은 직접 독자와 만나므로 이러한 미숙한 기사는 바로 신문의 허물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앞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통신기사를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잘못된 통신기사를 그대로 신문에 실으므로 해서 독자들로부터 질책을 받는 것은 통신사가 아니라 신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월 12일자 숭례문 소실과 관련한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 책임공방' 기사에서 처음부터 일관되게 숭례문으로 쓰다가 느닷없이 남대문이라고 쓰고 있다. 100% 틀렸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제대로 정리된 기사는 아니다. 20일자 18면에 보도된 파키스탄 총선 기사에서도 '이 방송은 고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파키스탄 인민당(ppp)가 선두, 나와즈 샤리프 전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므슬림리그(pml-n)가 2위를…'라고 쓰고 있다. 파키스탄인민당 다음의 토씨 '가'는 '이'라야 맞다. 괄호 안의 PPP에 맞춰서는 안된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신문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이현만

▶이현만=최근 들어 지역 현안에 대한 국제신문의 적극적인 자세와 대처가 지면에 잘 반영되고 있다. 부산 미래에 대해 끊임없는 어젠다를 설정하고 대안제시 및 여론을 끌어나가는 역할을 수행하는 생생한 보도가 눈에 띈다.

2월 22일자 1면 톱 '번지 못 찾는 새주소 사업'은 지난해 4월부터 실시된 '새주소 사업'에 대한 전면 재정비로 인해 엄청난 예산과 행정력 낭비가 불가피한 탁상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자치단체의 소신 있는 입장과 함께 지역 여론을 끌어가는 대표적인 기사였다. 또 25일부터 기획시리즈로 다룬 '호주 멜버른 물정책을 배운다-(상)소비자우선정책'은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상수도 문제를 선진국 사례와 비교하여 최악의 상수원(낙동강)을 갖고 있는 부산의 현실을 비춰 볼 수 있는 기사였다. 상하수도의 통합관리와 함께 수돗물에 대한 소비자 콜센터 운영을 통해 소비자 우선 행정을 지향하는 살아 있는 현장을 접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

개선해야 될 점도 있다. 지난번에도 여러 차례 언급됐던 부분인데, 지면에서 중심이 되는 기사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독자들의 지적이 많다. 현재 모든 면에서 톱기사의 액센트(활자의 형태 및 크기)가 미약하다. 톱은 톱기사 답게 처리해 줬으면 한다. 또 비중 있게 보도하는 기사에 대해서는 박스 처리를 해서 기사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면 독자들에게 훨씬 더 잘 읽히는 신문이 될 것 같다.

권경업

▶권경업=얼마 전, 설날과 대보름이 있었고 24절기의 첫 절후인 입춘과 우수도 지나갔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입춘방이 붙어 있는 것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새해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길 기원하면서 들뜨기 쉬운 연초의 감정을 차분히 다스리자는 선조들의 지혜로움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작년 말부터 원유 등 원자재값, 라면 등 식료품값이 치솟으며 세간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결국은 서민들의 기초생활까지 침수시켰다.

원유 값이 오른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명절 대목의 물가 상승 또한 연례행사이다. 이럴진대 대목이나 세밑만 되면 언론 매체들은 앞다투어 관행처럼 물가 기사를 내보낸다. 도표나 수치를 내세운 것도 모자라 상인들의 '작년 매출의 반도 안돼요' 라는 인터뷰까지 곁들여 내놓으니 결과적으로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2월 4일자 1면 상단의 '무섭게 뛰는 제수용품 값 설밑 장보러가기 겁난다'란 기사를 보고, 물가고의 심각성이 예사롭지 않다 하더라도 좀 자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가에 짓눌려 숨죽이고 사는 것도 힘겨운데 신문에서까지 물가 타령을 늘어놓으니 더욱 절박하게 되는 느낌이다. 항상 서민의 입장을 헤아려 줬으면 한다.

이희숙

▶이희숙=백한기 기자의 '한국의 새 이야기'는 작은 지면이지만, 세상만사 잠시 잊게 하고 자연 속으로 데려 간다. 몸이 동그랗게 생겨서 콩새, 수중발레 하는 모습으로 먹이를 찾는 고방오리, 부리가 넓적해서 노랑부리저어새, 빨간 사과 달린 듯 이름도 예쁜 양진이, 굴뚝에서는 살지 않는 굴뚝새, 매화꽃의 꿀도 먹는 동박새 등 텃새와 철새들의 서식지와 이름의 유래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이 새들을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게 배려해 놓았는데, 그것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손에 잡힐 듯 잡힐 듯해서 굴뚝새를 따라 산속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따라가고 싶지 않는 새들이 있다. 서식지와는 상관 없이 오로지 한자리 해보겠다고 당적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공천자들. 참으로 꼴불견인 새들이다. 하지만 그 꼴불견도 우리는 금방 잊어 버린다. 4·9 총선을 앞두고 국제신문에서 정치 철새들에 대한 기사를 다뤄 주었으면 좋겠다. 유권자들이 철새의 정체를 깨닫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아직도 결정된 것도 아닌데, 대운하를 기정사실화 시켜서 쓰는 기사들은 아쉽다 못해 안타까웠다. 대운하가 만들어졌을 때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지, 환경적 재앙이 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뤄졌으면 한다. 개발의 와중에 휘말려 생존의 터를 잃어버린 새들의 눈빛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장선화

▶장선화=늘 느끼는 부분이지만 이번 달 국제신문에서도 여성 관련 기사는 찾아보기는 무척 어려웠다. 여성 관련기사는 정치면이나 사회면처럼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기보다는 늘 주변적으로 다루어지는 경향이 여전한 것 같다. 자녀 방학숙제 지도하기, 논술교육, 가족의 건강지키기 등 항상 누군가를 돌보고 기르는 사람으로만 인식되도록 하는 기사들이 많다. 교육과 육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양극화, 빈곤 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 차별이고 이 사회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여성 노동자라는 관점에서 여성 문제를 다루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2월 20일자 시론 '이상한 레임덕'은 혼란스러웠던 인수위 활동과 관련해 무척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인수위가 쏟아내는 설익은 정책들 때문에 두달 남짓 대한민국의 많은 서민들은 울다 못해 피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사실 관계만을 단순히 보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받는 국민들의 마음을 알아 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속시원한 기사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김대갑

▶김대갑=경제 살리기를 화두로 삼아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는 서민 경제도 살리고 소외받아 온 지방도 균형있게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출범 과정을 보면 왠지 미덥지가 않다. 우선 장관 후보 대부분이 부동산 부자라는 사실이다. 땅부자 집부자가 과연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펼 수 있을까. 또 후보 중 지방대 출신이 전무한데, 수도권 출신인 그들이 지방을 제대로 챙겨낼 수 있을까.

2월 18일자의 '李 당선인, 성장열매 서민에게 돌아가야'라는 기사는 이명박 정부가 서민 경제에 방점을 찍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월 20일과 23일자에 실린 기사를 보면 서민 중심의 정책, 지방의 균형발전은 립서비스에 그치는 것처럼 보인다. 지역 안배라곤 눈을 씻고도 볼 수 없는 편중인사가 그것을 확인해 준다. 이 같은 이 명박정부의 지방홀대 사고는 해양부 폐지에서 그 절정을 보였다. 2월 21일자에 실린 '왜 해양부였나'라는 기사를 보자. 취임하기 전, 그는 행정학자들에게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서울·경기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서민을 위한 정책, 지방을 위한 정책을 펼지 국제신문은 두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