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물가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라면값을 예로 들면서 물가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야흐로 농업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단어도 익숙해졌다.

　원인으로는 기상이변에 의한 생산량 감소, 해상운임의 상승, 주요 생산국의 수출량 조절 등 여러가지가 꼽히고 있는데, 그 중에는 선진국 및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증가시키고 있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석유 의존도 감소를 위해 대체에너지 생산량을 증가시키면서 옥수수 값이 상승하자 옥수수 경작지가 대폭 증가했다. 이에 따라 밀 경작지가 감소하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밀가루 값이 폭등하게 된 것이다.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엉뚱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쌀을 제외하면 식량자급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식량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기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이 때 원자력 도입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세계경제를 공황으로 몰아 넣었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깨달아 그 대책으로 원자력발전을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오고 있다. 그 결과 에너지 자급률이 3%에 불과한 척박한 자원환경 속에서도 세계 최저 수준의 전기요금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규모 세계 12위에 이르는 발전을 달성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원자력이 부각되면서 여러 나라에서 원전 건설이 증가해 우라늄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나, 원자력이 여전히 준 국산에너지로 분류되는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에너지임은 대부분 공감하는 사실이다.

　부산물로 생성되는 방사성폐기물에만 집착해 원자력을 도입하지 않았거나, 도입했더라도 지속적인 발전에 게으름을 피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에너지 없는 산업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 없이는 국가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피폐해져 가는 국내 농촌을 살리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외에도, 발상의 전환을 통한 획기적인 식량안보 타개책을 강구해야 한다. 해외 유전의 확보를 통해 산유국의 꿈을 이루듯 해외 농장의 확보 및 운영을 통해 식량위기를 타개하는 방안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웅(44·고리원자력발전소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