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명 씨

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 12월 토론회가 지난 17일 10명의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 올 한해 신문 총평가를 겸한 이날 토론회에서 독자권익위원들은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지역 정치권과 사회에 대한 감시기능을 한시도 소홀하지 말 것을 지적했다. 연말을 맞아 사회의 훈훈한 미담기사나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웃들의 이야기에도 국제신문이 귀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위원들은 신문이 갈등과 싸움을 조장한 측면도 있었다며 엄정한 보도자세를 취해줄 것을 주문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원명(경성대 교수)

▶김화일(부산가톨릭대 교수·부산환경연합 운영위원)

▶배현정(부산대 언론정보학과 4년)

▶오창호(부경대 신방과 교수)

▶유순희(부산여성신문 편집장)

▶이현만(메가마트 부장·부산유통업모임 회장)

▶이희숙(주부)

▶진강수(언론인)

▶채승영(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장)

▶황소민(좋은문화병원 미용성형재건센터 소장)


▶진강수=지난 한 해 동안 독자권익위원회를 통해 좋은 말씀들을 참 많이 해 주셨다. 국제신문 지면 제작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으로 믿는다. 연말이니 만큼 금년 한 해에 대한 총평을 겸해 말씀해 주셨으면 한다.

▶유순희=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였다. 그런 가운데 국제신문은 어느 신문보다도 열심히 달려왔다. 옴부즈맨들의 지적도 성실히 지면에 반영했고 앞서가는 굵직한 여러 기획물로 지역사회에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올 한 해 참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는데 쏟아지는 이슈거리에 밀려 소외계층을 향한 따스한 시선과 가슴이 훈훈한 소식은 뒷전이었다.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기획물이 하나 있긴 하지만 부족하다.

12월 16일자 6면 '주민복지 예산 뭉텅 잘라 홍보비 편성' 기사는 기초자치단체의 뻔뻔한 예산처리를 따끔하게 꼬집었다. 정부의 2단계 지방발전대책 발표에 따른 부울경 지자체 시민단체의 반응을 16일자 신문에 게재했다. 정부의 지방정책 강화의지는 환영하지만 재정분권에 대한 의지가 약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취지와 달리 옆으로 새지 않도록 적극적인 후속보도와 전문가 정책모니터단의 활동이 필요할 것 같다.

▶이희숙=이 자리를 빌어 '옴부즈맨 칼럼'을 칭찬하고 싶다. 12월 10일자 '정부 안중에 지방은 없다'라는 칼럼은 특히 시원하고 좋았다. 11월11일자에 '부산비엔날레 성과와 반성' 기사가 눈에 띄었는데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해 잘 지적했다. 실제로 비엔날레 현장에 가본 결과 정말 주먹구구식 진행이 많았다.

11월12일자 '물속에 빠진 암각화를 건져내라' 기사도 우리 지역 주변에 방치된 선사시대 유적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가슴 아프면서도 적절한 기사였다. 12월 초 3회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한 '명품문화 만들기… 부산시조가 뛴다'의 경우도 공감이 많이 간 기사다. 시조를 흘러간 것,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당당한 시의 한 영역으로서 대우하고 그 가치를 재발견해 준 것 같아 좋았다.

국제신문이 돋보이는 것 중 하나가 수능 특집 등 대학입시 관련 기사들이다. 고교 2년생 자녀를 둔 주부 입장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농어촌 특별전형이나 내신 혜택 등 대학입시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는 바람에 부모들과 수험생들의 혼란이 극에 달한 상태다.

▶채승영=새정부 들어서 쏟아지는 교육정책 때문에 학부모로서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 국제신문이 보도했던 교육정책 관련 기사만 해도 엄청나다. 일제고사, 영어 몰입교육 등 셀 수조차 없을 정도다. 10년만에 부활한 일제고사와 성적 줄세우기 등은 학교간, 교사간 경쟁에 불을 붙였고 학생과 학부모는 가슴에 멍이 들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공교육에서만이라도 성적 경쟁 위주로 흐르지 않도록 견제해 주는 기사들을 보고 싶다.

올 한해 독자권익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지면에 잘 반영해 주었다는 점에서 보람있게 느꼈고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기획시리즈도 빛났다. '도시국가를 향하여' 시리즈의 경우 연말에 제12회 일경언론상을 수상했다는 소식도 접했다. 정말 축하할 일이다. '영어 공교육 체질개선 프로젝트' 시리즈도 사교육에 찌든 부모와 학생들에겐 단비같은 기사였다. 새정부 1년이 지나간다. 대통령의 공약과 취임 초기 정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김화일=지난 한 해 동안 바뀐 편집 포맷도 익숙해졌고 신문의 성격도 녹색신문, 젊은 신문으로 변모한 것 같아 독자권익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게 생각한다. 지난 신문에 대한 평가보다는 남은 12월의 신문 지면에 다루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금융위기 문제다. 연초부터 언론들이 위기의 실체를 알지 못해 제대로 짚지 못했다.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 면도 없지 않았다. 둘째,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공약을 점검하고 그들이 내뱉은 말들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정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연말이다 보니 불우이웃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기사, 미담 등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국제신문도 올해 오보가 많았을 것이다. 1년 동안 본의아니게 실수한 부분, 잘못 보도한 부분들에 대해 정리해서 한 면 정도를 털어 게재해 주면 송구영신의 의미도 있고 독자들에게도 오히려 신뢰성과 응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뉴스, 기사 뒷면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이현만=지난 한 해 경기가 어려웠지만 신문에서 마저 너무 '어렵다, 어렵다'는 기사만 난무한 것 같다. 12월 15일자 14면 '내년 고용 빙하기… 되살아 나는 실업공포' 기사는 심각한 고용쇼크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미취업자 현황이나 실업률 등 부산지역과 관련된 실업현황은 빠져있어 아쉬운 감이 들었다. 부산의 실업난을 외면하지 않고 부산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실업대책과 경제대책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도가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에 주부들이나 시민들은 장바구니 물가와 유통정보 등도 큰 정보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유통면을 특화할 수 있는데, 오히려 유통면이 줄어 버린 것 같아 아쉽다. 환율 인상으로 외국인이 몰려든다, 성형수술하러 온다는 등의 기사류보다는 외국에 안나가도 부산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관광 상품 등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찾아서 보도하면 어떨까.

▶배현정=독자층이 넓어진 것 같다. 중앙지만 주로 보던 주변 친구들이 최근에는 국제신문을 많이 보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 최근 을숙도 기획, 부산시조가 뛴다 시리즈 등도 친구들이 많이 얘기하더라. 하지만 FTA와 북핵부분 등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보도가 아쉬웠는데, 'FTA보다는 북한이 낫다'는 12월 15일자 칼럼에서 그나마 보완이 된 듯하다. 12월 10일자 신문에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폭도인가, 식당 쉼터 무단난입 무차별 단속' 기사가 게재됐다. 10일은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인 날이었는데 법질서 강조라는 미명하에 인권쯤은 무시해도 된다는 정부의 인식수준을 잘 드러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신문은 다음날 사설에서 '당국의 단속이 종래 비판받던 토끼몰이식에서 한 치도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인권 침해와 관련된 적극적이고 참신한 보도를 기대한다.

아울러 근현대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이 뜨겁다. 국제신문도 10일자 사설에서 '자학의 역사를 고치겠다며 역사를 자해하는 잘못은 더 이상 안 된다'고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교과서 수정 논란이 함의하고 있는 영향과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분석 기사가 없어 아쉽다.

▶김원명= 지난 1년 동안 전방위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이 정부에 대해서 언론다운 언론의 길을 지키고 있는 국제신문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독자권익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보람도 느낀다. 12월 4일자 '수도권규제완화, 지방은 어디로' 관련 기사에 대해 유심하게 봤는데, 지역 국회의원들 가운데 규제완화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개했다. 해설면에 응답한 의원들의 사진이 게재됐는데, 이럴 경우에는 오히려 무응답 의원들의 사진을 실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신중앙집중화 이대론 안된다' 릴레이 칼럼도 십수회째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지방이 홀대받고 있는 시대에 지역신문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기획이었다.

▶황소민= 부산시에서 의료관광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알려졌는데, 실제로 보면 구체성과 실체는 없고 구호에만 그치는 것 같다. 과거에도 일본관광객이 성형수술하러 많이 온다고 했는데 내가 알기로 그 역시 실체가 없다. 성형 미용 등에 대한 의료관광 추진 부분이 자칫 전시성, 구호성으로 흐를까 우려스럽다.

국제신문은 지난 한 해 동안 의료면을 통해 메인기사가 있고 딸림 기사들이 측면에 실리는 형식이었는데, 건강에 관심있는 독자들에 큰 도움이 됐다. 상업성도 비교적 덜한 것 같았다. 하지만 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양성을 강화하고 지면 할애도 늘였으면 하는 것이다.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시리즈 기획기사가 참 좋다.

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사안들에 대한 캠페인성 기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지하철내 휴대폰 에티켓 문제 처럼 간과하고 지나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캠페인, 공익성 기사가 지속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덧붙여 요청할 것이 있다. 기자들 이메일로 글을 보내면 수신확인이 안 된다.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기위해서라도 신문사 측에서 신경써 줬으면 좋겠다.

▶오창호=언론은 사회적 통합을 위해 해야할 역할이 있을 텐데 그 부분이 참 미약한 것 같다. 소통이 없는 사회에서 언론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이다. 그런데 언론이 소통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과 싸움을 조장하는 면도 없지 않다. 언론이 주장이 너무 강하다 보면 당파성을 띠게 되고 그로 인해 신뢰성까지 잃을 우려도 있는 것이다. 신문이 여론을 너무 주도하겠다는 독점적 사고 방식은 위험하다.

12월 4일자 수도권규제완화 관련 기사에 '이분들 우리지역 국회의원 맞아?'라는 제목이 나갔다. 지나치게 특정한 의견에 대해 단정을 해 놓은 상태에서 이런 제목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기사 내용 중에도 스트레이트 기사로서 갖출 사실적 데이터도 있었지만 의견까지 포함돼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때로는 가장 무미건조하고 중립적 언어로 보도를 해야만 객관성과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 차분히 되새겨 볼 문제다.

▶진강수=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국회의원 의식조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응답조차 하지 않은 의원들의 정신상태였다고 본다. 오히려 자신의 소신이 무엇이든 제대로 당당하게 밝혔다면 별 문제가 안됐을 텐데, 이런 저런 핑계로 소신을 밝히지 않은채 대답을 회피했다는 부분에 대한 따끔한 지적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난 6일자 1면 톱기사로 보도된 '부산떠난 기업 20곳중 17곳, 가격 맞는 부지 있으면 U턴' 기사는 문제가 많다. 오히려 거꾸로 뒤집어서 써야할 기사 아닌가. 그동안 부산시나 당국이 도대체 뭘 했는지에 대한 질책과 비판이 있어야 했다는 뜻이다.

김화일 교수가 제안하신 지난 1년 간의 '국제신문 고해성사'는 아주 좋은 의견인 것 같다. 독자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위한 좋은 방법이다. 신문이 치부나 약점을 보여줌으로써 진정성과 신뢰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주는 기사, 아름다운 기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참에 한 개 면을 할애해 희망기사만 실어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한다.

▶이처문 편집국장=새 편집국장으로 부임한 뒤 처음 이 자리에 왔는데, 좋은 말씀 정말 고맙게 잘 들었다. 독자권익위원들의 지적을 '사랑의 매'로 받아들이고 지면 제작에 반드시 반영하겠다. 기자 이메일 수신확인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곧바로 시정하겠다. 그리고 지역 논리에 너무 치우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지적도 고맙게 받아 들인다. 좀 더 균형감각을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장병윤 논설실장=지난 한 해 동안 독자권익위원회의 목소리가 지면에 제대로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신문 제작진의 한 사람으로서 좀 더 반성할 부분이 많다. 열심히 했지만 미흡했던 부분도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더욱 겸허한 자세로 신문제작에 임하겠다. 아울러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실제로 너무 많은 변화와 혼란의 시기였다. 갈등보다는 소통과 봉합,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신문이 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