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전통시장 매출 5%↑ 그치고
- 1·2차 협력업체 고통분담 커
- 기금 조성 등 경쟁력 지원을
- 마트 문화공간으로 발전해야

"2014년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 상생 방안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논의와 대화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윤현호(48) 홈플러스 부산·경남지역 본부장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함께 살아가는 방안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말했다.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월 2회 일요의무휴업이 도입된 지 2년이 됐지만, 기대한 만큼의 상생 효과는 내지 못했다는 것이 윤 본부장의 시각이다. 그는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전통시장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5% 안팎으로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히려 의무휴업일을 피해 월요일과 화요일에 대형마트의 매출이 25% 상승하고, 온라인과 홈쇼핑, 백화점 식품관으로 매출이 분산됐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결국 전통시장의 매출 상승효과는 없이 대형마트 매출이 줄고, 규제에서 자유로운 중소마트와 일본계 마트들만 효과를 봤다. 소비자는 의무휴업으로 인해 불편만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도 문제지만, 납품하는 1, 2차 협력업체들의 고통 분담이 컸다. 가공식품 대기업들도 올해 매출이 6~7% 빠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농수축산물 등 신선 식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소비 침체로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는 이 같은 경기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개정된 유통법은 '이해당사자 간 합의'만 있으면 일요일로 지정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견해 차이로 부산지역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윤 본부장은 "대형마트가 일요일 영업을 하는 대신 그 이익금의 일부를 상생 기금으로 조성해 전통시장의 취약점인 주차장과 화장실 개선 사업 등에 지원해 근본적으로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취지였다"며 "하지만 상생 기금 규모와 사용 용도, 전통시장 측의 반대로 인해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고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아시아드점과 가야점, 센텀점 등 주요 점포의 점장을 역임한 윤 본부장은 최근 홈플러스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이제 대형마트는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고객들의 니즈(needs)에 맞게 다양한 문화 공간과 여가 시설을 조성해야 한다. 신규 출점 규제로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대형마트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방안은 마트의 변신뿐"이라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지난해 하반기까지 점장을 맡던 가야점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해 올해 전체적인 마이너스 성장 속에서도 매출이 15% 이상 증가했다. 그는 "매장의 고급스러움을 위해 홈플러스 고유의 붉은색을 포기하고 그레이와 월넛, 옐로우 등 다양한 색상을 도입했다. 패밀리 레스토랑과 SPA 대형매장을 입점시켜 예전의 홈플러스와는 완전히 다른 점포를 만들었다"면서 "올해는 아시아드점에 대해서도 대규모 리뉴얼을 단행해 고객들의 만족감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