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알리스' 가장 큰 중이온 실험
- 한국 8개기관 40명 연구 참가
- 지식·노하우 세계가 공유해야

- 정부 기초과학원 설립 잘한일
- 부산 원전정책 국제기구 맡겨야

"한국인 노벨상 수상이요? 알리스 같은 국제적인 연구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요?"

'힉스 입자'로 유명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를 이용한 유일한 원자핵 충돌실험인 '대형이온충돌실험(A Large Icon Collider Experiment·이하 알리스) 워크숍'이 지난 15, 16일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됐다.

알리스 실험은 최초 우주를 재현하기 위한 중이온(원자핵) 충돌 실험 프로젝트로, 같은 실험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2009년부터 5년간 가동했으며 올해는 대형강입자충돌기의 에너지를 배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알리스 실험 총책임자인 파올로 주벨리노(Paolo Giubellino) 박사를 지난 15일 그랜드호텔 22층 프라이빗홀에서 만났다.

먼저 주벨리노 박사는 알리스 실험에서 한국 연구진의 기여도를 높이 샀다. 알리스 실험은 37개국 154개 기관에서 1300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인데 한국에서도 부산대·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8개 기관 약 40명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검출기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부산대를 비롯한 연세대·인하대 등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ISTI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데이터 저장소로 전 세계 알리스 실험 데이터 저장소 5곳 중 한 곳이다.

주벨리노 박사는 한국 연구진의 알리스 실험 참가가 한국의 기초과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요즘 큰 프로젝트들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진행된다. 젊은 과학자들은 한국을 넘어 지식·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인적자산이 가장 중요한 시대이다. 부산뿐 아니라 세계적인 인적자산을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선(CERN) 연구소에서 'www(월드와이드웹)'이 개발된 것처럼 알리스 실험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산업 분야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대전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설립하고 지원하기로 한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주벨리노 박사는 "기초과학은 각 분야를 연결할 수 없다면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과학벨트가 만들어지면 앞으로 외국 연구진을 거꾸로 한국에 불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물리학자로서 부산의 원전 정책에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원전 정책은 매우 조심스럽고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세상에 아무런 위험이 없는 에너지는 없다. 수력발전소나 탄광에서 사고가 발생해 수천 명의 인명이 희생된 사례가 이탈리아와 중국에 있다"며 "부산의 원전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국제적인 자문기구에 판단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주벨리노 박사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했다. 주벨리노 박사는 "알리스 실험은 2030년까지 예정된 매우 긴 프로젝트"라며 "훗날 한국에 와서 연구하고 실험할 날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알리스 실험 한국 연구진 대표인 부산대 유인권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알리스 실험 업그레이드에 매년 9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2019년까지 30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