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아세안 포럼 계기 창립
- 차세대 리더그룹 밑그림
- 국제 콘퍼런스 연례 개최 등
- 글로벌 여성 교류 앞장설 것
- 전문직 경력단절 막기위해
- 사회적 제도·지원책 필요

"부산지역 여성 중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여성이 나오지 말란 법이 있나요?"

글로벌여성리더포럼 노찬용 (55·학교법인 성심학원 이사장) 초대 회장은 특유의 부드러운 말투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지역 여성인재가 많다고 14일 밝혔다.

사단법인 '글로벌여성리더포럼'은 지난해 12월 한·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성공적으로 열린 '제1회 한·아세안 글로벌 여성리더 포럼'이 계기가 돼 만들어졌다. 지역 여성리더들이 중심이 돼 네트워크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창립총회가 열렸고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흔히 여성조직을 모래알로 비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성의 적(敵)은 여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여성들이 서로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눌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지요. 전문직 여성들의 교류는 물론 차세대 여성리더그룹이 제대로 클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 갈 것입니다."

노 회장은 전문직 여성의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해양 고위직 여성 국제연합 등 다양한 국제 여성 콘퍼런스도 연례적으로 열고 정책, 문화,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여성 교류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 꽃길이 펼쳐져 있다'와 '걷는 자에게만 길이 있다'란 말이 있어요. 우리 여성들이 그동안 가지 않았던 길 또는 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길에 도전해야 합니다. 영산대 이사장으로서 우리 여대생들에게도 과감한 도전 정신을 늘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 회장은 평소 우아하면서도 인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업무를 처리할 때는 교직원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철두철미하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대학 경영을 2009년부터 맡다 보니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다. 사실 노 회장도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느낀 여성 중 한 명이다.

"육아, 집안 살림은 물론 은행업무 등 각종 잡무를 다 제 손으로 했습니다. 학교법인 경영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부를 시작해 지난해 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어요. 학교 경영인으로 바빴지만 3년 동안 새벽에 틈틈이 논문을 작성했는데 힘들었지만 보람있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그는 열정만으로는 일과 가정 모두를 잘 꾸리기는 어려운 만큼 고학력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더는 빚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나름 성공했다는 지역 여성리더들이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글로벌여성리더 회원들이 힘을 모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가도록 할 겁니다."

노 회장은 지역 여성리더들의 대표가 된 만큼 더욱 적극적이면서도 책임감 있게 학교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그가 이사장을 맡으면서 영산대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 호텔기업 토요코인과 협력해 해운대 토요코인 호텔을 출범시켰으며, 영산대 호텔관광대학과도 산학협력관계를 맺어 재단수익사업과 대학의 교육과정을 동시에 연계시키기도 했다. 서울이 고향인 노 회장은 숙명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대학원, 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한 학구파 경영인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학 개교 32주년을 기념해 음반을 발매하고 기념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