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지난해 1만여 명 봉사 참여
- 48만 시간 모범적 활동 불구
- 회비 달성률 전국 최하위권
- 인도주의 실현에 관심 당부

"부산은 예전에는 회비 납부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에서 시민 참여가 가장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지역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작용한 탓인지 많이 위축돼 있습니다. 지난해 회비 달성률도 90%에 못 미쳐 전국 14개 지사 가운데 최하위권입니다. 부산 시민이 내는 회비는 모두 부산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되는 만큼 다시 한 번 시민의 관심을 당부드립니다."

지난 7월 부임한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홍두화(52) 사무처장은 '다이내믹 부산'이라는 부산시 슬로건처럼 시민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부산지사 활동도 활발하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그런 한편으로는 예전보다 회비 모금이 위축된 데 대해 안타까워하며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홍 사무처장은 "사실 부산적십자사는 지난해 1만여 명의 봉사원이 48만7000여 시간에 걸쳐 봉사에 참여할 정도로 시민 참여가 활발하다. 또 16개 구·군 모든 읍면동에 적십자봉사회가 촘촘하게 결성돼 있어 평소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재난 시 구호활동에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다른 지역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사에는 다른 지역보다 특수차량이 많고 이의 활용도도 높다. 급식차량 2대, 목욕차량 1대, 세탁차량 1대 등 4대의 특수차량이 거의 휴일도 없이 가동되고 있다.

부산 시민의 역동적인 참여는 '생명의 금고'가 대변한다. 생명의 금고는 1979년 부산지역 버스 안내양과 공장에 다니는 여직원으로 구성된 근로청소년적십자단원(근로RCY)에서 비롯했다. 이들은 당시 어려운 형편에도 학업과 나눔에 열심이던 한 부산대 학생이 심장판막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산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수술비 마련에 나섰다. 이때 쓰였던 성금 통장을 '생명의 금고'라 이름 짓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수술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웃을 돕는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홍 사무처장은 "생명의 금고와 같은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사업은 전국 적십자사 지사 가운데서도 유례가 없다. 지금도 적십자 봉사원과 행정기관에서 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이 있으면 주저 없이 생명의 금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금까지 36년간 생명의 금고를 통해 419명이 4억6000여만 원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서울 출신인 홍 사무처장은 건국대와 중앙대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ROTC로 군 복무를 마칠 즈음인 1987년,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일하다 퇴직하신 부친의 권유로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공채에 응시해 합격하고 전역 다음 날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그 이후 인천지사 사무처장, 본사 기획조정실장, RCY 중앙본부장, 재원조성본부장, 인천혈액원 원장을 거쳤다. 부산지역 근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적십자사 활동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구호활동이 자연재난 때 생필품과 급식 등 물질적 지원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심리적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처럼 요즘은 '사회적 재난'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회재난 때는 생필품 및 급식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피해자를 대상으로 심리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재난 때 피해자가 정서적 안정을 찾기 위한 도움이 더 절실합니다. 이를 대비해 적십자사는 한 단계 더 성숙한 구호활동인 '심리 사회적 지지(PSS·Psyco Social Support)'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봉사원 교육 때도 일정 시간을 할애해 PSS 지원 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적십자사가 담당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더불어 적십자 활동에 대한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을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적십자사의 모든 활동은 결국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인도주의 활동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원이 꼭 필요합니다. '노 머니, 노 미션(No Money, No Mission)이라고, 돈이 없이는 미션 수행도 어렵습니다. 350만 부산시민의 열렬한 참여와 성원으로 부산의 인도주의 지수를 끌어올려 대한민국은 물론 지구촌에서 가장 인도주의 지수가 높은 도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