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양육비 못 받을 때 신청하면
- 소송·채권추심 등 종합지원
- 올해부터 다문화센터 통합
- 우리 사회 포용성 커진 덕분

경기도 평택 실종 아동이 결국 학대로 인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천 여중생 사건, 인천 체중 16㎏ 소녀 사건 등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은 가족 해체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하 한가원)은 '건강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가족 돌봄지원, 가족통합서비스 등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2011년 출범한 한가원은 민간 재단법인 형태로 여성가족부의 위탁사업을 진행해오다 지난해 여성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변신했다. 또한, 지난해 3월에는 한부모 가정이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출범시켰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산하에 두면서 한가원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도 이사장으로 바뀌었고, 여성부 차관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등을 역임한 김태석(58) 이사장이 지난해 4월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오는 25일 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지난 4일 김 이사장을 서울 서초구 한가원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3월 이행관리원 출범 이후 올해 1월까지 상담을 3만3587건 실시했는데, 그중 접수 사례가 6236건, 양육비를 이행한 경우가 658건"이라며 "지급이 이행된 양육비가 30억2702만 원인데, 현재 진행 중인 경우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가정이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접수 건수를 지역별로 보면 부산이 397건, 울산이 128건, 경남이 298건 등 모두 823건으로 전체의 13.2%를 차지한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제도이다 보니 정해진 틀이 없어 업무를 보면서 규정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김 이사장이 떠안은 과제다. 이행관리원은 아동을 양육하는 부나 모가 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협의를 이끌어내고 양육비 관련 소송, 심지어는 채권 추심까지도 지원해준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양육 부모는 이행관리원에 한 번만 신청해도 종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헤어진 부부는 대부분 감정의 골이 깊어 양육비 문제를 두고 서로 대화하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 경제적으로 능력이 되지 않아 양육비를 낼 수 없는 일도 있는데, 이행관리원에서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사업으로 월 20만 원가량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행관리원을 모르는 분이 많아 올해는 보다 많은 한부모가 서비스를 알고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에 적극적으로 힘쓸 계획입니다."

한가원은 이와 함께 올해부터 전국의 151개 건강가정지원센터와 217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업무를 통합해서 운영한다. 그간 이원화됐던 가족 지원 서비스를 가족의 유형에 상관없이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언어 문화 상담 등을 지원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초창기 다문화가족이 우리나라 보통 가정과 다를 바 없어지게 돼 센터를 구분해서 운영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로마가 강성해진 것은 다문화에 대한 포용이 있었기 때문인데, 세계화 시대에 다문화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서는 "유치원, 보육시설, 초등학교 등에서 부모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아이는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있듯이 이웃에 폭력피해 아동이 없는지 사회 전체가 감시해야 한다"며 "한가원은 각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다양한 계층의 부모교육을 강화하고 교재 개발, 강사 양성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 남해가 고향인 김 이사장은 남해 상덕초-남해중을 졸업한 뒤 부산 동아고,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는데, 당시 부산대에서 11명이 행시에 합격해 전국 대학 중 다섯 번째로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조달청에서 공직의 첫발을 내디뎠으며, 정무 제2장관실에 재직하던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현재 양성평등기본법) 제정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여성부 시절 차별개선국장으로 있으면서 호주제 폐지를 끌어냈으며, 2011~2013년 여성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여성·청소년 및 가족정책 업무에서 탁월한 행정력을 인정받았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