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독점 환경서 고군분투
- 고무방충재 해외 수출 물꼬
- 손해 감수하며 물량 맞춰
- 8년째 저소득 아동 지원도

"부산의 중소기업인이라면 꼭 받고 싶은 상이라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러운 기회입니다. 이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튼실한 기업을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동일케미칼 윤대범 대표는 "중소기업 대상 수상을 발판으로 튼실하게 기업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한기 선임기자

지난달 말 부산 중소기업 대상을 받은 (주)동일케미칼 윤대범(50) 대표는 "느리게 가더라도 오래가자는 신념으로 경쟁력을 갖춰온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동일케미칼의 주력 상품은 고무 방충재다. 다소 낯선 이름의 이 제품은 사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만한 물건이다. 배가 부두에 정박할 때 벽에 부딪혀서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두벽에 설치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작은 낚싯배에 둘린 고무 타이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사실 윤 대표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994년 동일케미칼을 설립해 사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고무방충재 시장은 대기업 2곳이 양분하다시피 했다. 윤 대표가 본격적으로 고무 방충재에 눈을 돌린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해 크고 작은 관련 업체가 생기기도 했으나 시장을 뚫는 데 실패하면서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윤 대표 역시 20년을 넘게 고군분투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기회가 왔다.

"3년쯤 전 미국의 한 회사 관계자가 우연한 기회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국내 대기업을 방문했다가 우리 회사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왔던 거죠. 준비도 못 한 상태에서 손님을 맞다 보니 제대로 제품 소개도 못 했어요. 그냥 '소맥'을 같이 마시며 '돈을 많이 주면 좋은 제품을 만들 거고, 적게 주면 질이 낮아질 거다'는 말만 했죠. 되겠나 싶었는데 20여 일 뒤에 첫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주문액보다 주문 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믿어준 사람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없다는 생각에 손해를 감수하고 제품을 만들었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 납품 권한도 얻었다. 현재 미국은 물론이고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여러 국가의 항만에 동일케미칼 제품이 설치돼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1, 2위 업체를 제치고 수출을 한다는 건 생각도 못 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세계 시장에 눈을 떴습니다. 알아보니 세계 고무방충재 시장의 9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이 중 0.1%만 가져온다 하더라도 엄청난 시장 아닙니까. 사실 20년 동안 국내업체를 따라가느라 힘들었는데 또 도전할 것인지 고민했지만,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걸 보여주자는 생각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는 기업 운영뿐만 아니라 나눔에도 관심이 많다. 2009년부터 지역 내 어려운 아동과 결연을 맺고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사업을 일궜으니 뭔가 사회에 뜻깊은 일을 하자며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일회성 기부는 부담이 없는데 결연을 통한 지원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당장 지원을 끊으면 그동안 지원받던 아동이 못 받게 된다 생각하니 책임감이 무거워지더군요."

윤 대표는 요즘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의 짜릿한 기분을 다시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해외시장을 알아갈수록 기술력을 키우는 등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세계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겐 제2의 도전인 거죠. 10년 뒤엔 고무방충재 시장도 신설보다는 유지·보수로 넘어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변화를 기회로 삼아 나중엔 가격 면에서도 중국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