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 지원사업에 선정
- 지난달 인재양성센터 개소
- 인문학 소양 갖춘 재능 일꾼
- 부산시 전략사업 진출 연계
대학에서 '인문학'은 고사 직전이다. 대학 평가의 모든 잣대가 취업이 되다 보니 돈벌이가 안 되는 인문학은 점점 밀려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의 '인문역량강화사업(CORE·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은 대학의 인문학을 살릴 기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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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단장은 "인문학이 대학 밖에서는 붐이 일고 있지만, 대학 안에서는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며 외면당하는 양극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
동아대 인문역량강화사업단장 박은경(고고미술사학과) 교수를 만나 사업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저는 '인문학의 위기'를 넘어 '인문학이 뇌사 단계다'라고 말해요. 그만큼 대학에서 인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학생들은 기본 교양이자 기초학문을 외면하죠. CORE는 학생이 기초학문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인문학과 다른 학문 간 융합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단초가 될 겁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진행하는 CORE는 기초학문인 인문학을 보호·육성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부터 3년간 600억 원을 쏟아부으며, 현재 전국 16개 대학(부산 동아대 부경대 부산외대)이 선정됐다.
"인문학에 600억 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 대학에서 사업을 따기 위해 혈안이 됐어요. 대학 60곳이 응모했다니 말 다했죠. 수도권 7곳과 지방 9개 대학이 선정됐는데, 동아대는 인적·물적 인프라가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석당학술원을 비롯해 도서관, 함진재(희귀 도서 보관), 석당박물관 등에 보관 중인 인문학 자료가 풍부하고 연구진도 탄탄하거든요. '재창조'와 '즐거움'을 인문학에 접목하겠다는 '동남 콘텐츠 RE-Creation' 모델을 제시한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동아대는 지난달 인문과학대 4층에 CORE를 위한 창의인문인재양성드림센터를 개소했다. 앞으로 3년간 87억 원을 지원받아 ▷기초학문 심화 과정 ▷인문기반 융합전공 과정 ▷인문역량 강화 공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인문기반 융합전공은 인문학 소양을 가지고 문화관광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 부산시의 전략 산업에 바로 진출할 수 있게끔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초학문심화는 사학, 고고미술사학, 한국어문학 등 3개 학문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매년 30명을 선발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연구활동비를 지원해요. 돈벌이 때문에 연구에 몰두할 수 없는 학생을 도와주며 전문가를 키워내는 것이죠. 인문기반 융합전공은 ▷인문융합콘텐츠기획 ▷창의인문경영 ▷동북아인문프론티어 3개 분야로 나뉘는데 인문학과 경영학, 외국어, 콘텐츠 기획 학문을 융합한 교육입니다. 마지막으로 인문역량 강화 공통 지원은 산학협력 프로그램 발굴, 진로와 학업 상담 등을 진행하고 일반인을 위한 인문학 콘서트도 기획했어요."
박 교수는 자신의 연구뿐만 아니라 동아대 인문과학대학 학장과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이 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뭘까.
"지금 인문학은 대학 안과 밖이 양극화되어 있어요. 대학 밖은 인문학 붐이 일고 있죠. 예의 질서 배려 등을 상실한 청소년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며 인간다움을 회복하도록 유도하고, 삶의 목적을 상실한 노년층도 인문학을 공부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죠. 하지만 대학 안에서는 당장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문학을 외면해요. 인문학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인문학 소양을 토대로 기획력을 쌓아 취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면 대학 안에서도 인문학이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는 "그런 면에서 이 사업이 3년 지원에만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관심을 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