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농재배, 日기기 도입 등
- 제품 고급·대중·안전성 주력
- 두바이 왕실, 스벅 공급 쾌거
- 공직 때 15년간 녹차 업무만
- 정부 전문성 인증패 받기도

"녹차산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녹차의 주성분인 카테킨류는 성인병을 예방하고 항암효과가 있어 중동이나 유럽에서도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녹차라떼나 국수, 라면, 과자 등 관련 제품도 다양화되고 있어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이종국 하동녹차연구소 소장은 "품질이 좋은 녹차를 균일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재래종 보급과 기술 이전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경남 하동에서 생산되는 하동야생녹차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왕실과 스타벅스 등에 공급하는 데 숨은 역할을 한 하동녹차연구소 이종국(61) 소장을 지난 8일 연구소에서 만났다.

이 소장은 1977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14년까지 하동군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임과 함께 자리를 옮겨 녹차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38년의 공무원 재직기간 가운데 15년가량을 녹차와 관련된 부서에서만 일해 '녹차를 가장 잘 아는 공무원'이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그는 2010년 녹차산업 육성에 최고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지방행정의 달인'이라는 인증패를 받기도 했다.

이 소장은 하동군이 녹차산업의 과학화를 위해 설립한 녹차연구소를 맡게 되면서 생산농가가 취약했던 녹차의 고급화와 안전성 확보, 대중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우선 양질의 야생녹차를 생산하기 위해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물론 가공퇴비의 사용도 억제토록 하고 친환경 유기농 재배를 권장하고 있다"며 "고르지 못한 산비탈 경작지에서 맛과 향이 우수한 고품질 녹차를 생산하기 위해 수확 전 20일가량 차광망을 설치하는 '볕 가림 재배'를 독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녹차가공의 생명은 맛과 색을 유지하는 것. 분쇄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 노출되면 맛이 떨어지고 찻잎이 변색되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에서 '비즈 밀'이라는 수랭식 분쇄기를 도입했다. 비용은 다소 많이 들지만 밀폐된 분쇄용기를 물로 냉각시키기 때문에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녹차 고유의 초록색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이 방식은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곰팡이 같은 병원성 미생물을 근원적으로 차단해 오염을 우려하는 유럽이나 북미 등지의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소장은 '품질이 균일한 녹차제품을 생산한다면 아직도 경쟁력이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는 반평생 녹차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재래종 유전자를 보유한 품종을 길러 생산자와 가공회사에 보급하고 첨단분석장비를 빌려주거나 생산기술을 이전하는 등의 R&D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생산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연구소 고유의 업무라는 소신 때문이다.

또 중금속이나 미생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 이 소장은 "사람이 먹는 먹거리에서 오염원이 검출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그래서 연구소가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과 농산물우수 관리기관으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는 식품위생검사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찻잎을 우려 마시는 잎차는 번거로움 때문에 젊은이들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최근 녹차라떼나 라면, 과자, 초콜릿 등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녹차를 활용한 화장품이나 비누 등의 제품에 대한 소비도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유럽에는 기능성 식품을 중심으로 한 녹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품질을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웃 나라 일본도 1억이 넘는 인구가 1인당 연간 1.2~1.5㎏의 녹차를 소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0.6㎏에 그치고 있다며 해외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하동녹차가 두바이 왕실이나 스타벅스 공급사에 납품하게 된 것은 친환경 유기농을 실천하는 생산자의 정성과 안전하고 품질이 일정한 제품을 생산하는 가공회사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여기에다 위생적인 가공시설을 보유하고 녹차의 품질을 관리하는 연구소가 제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신인도를 높여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