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 공공의 역할을 민간이 수행
-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 돼야
- 고용 불안 등 문제 해결 가능

부산은 오래전부터 저성장과 실업 등으로 인구 역외 유출과 공동화 문제를 겪고 있다. 도시의 고용 불안정 해소와 사회 서비스 확충이 시급한데, '사회적 경제'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마침 지난해 10월 부산시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국회에서도 관련 통합 법안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회적경제네트워크 안하원 이사장은 "사회적 경제 기업이 지역의 고용불안과 저성장, 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산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효 기자

"일각의 오해처럼 사회적 경제는 사회주의 경제가 아닙니다. 자본주의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합리적 도구죠." 2주년을 맞은 부산사회적경제네트워크 안하원(주례 새날교회 목사) 이사장은 사회적 경제에 대해 9일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잘 알려진 사회적 경제 기업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오렌지 회사인 썬키스트 사다. 취약계층에 속하는 농부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권익과 제품의 질을 높인 사례로 꼽힌다. 이외에도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민이 만드는 '마을기업', 근로자의 일정 비율을 수급자로 채용하는 '자활기업' 등이 사회적 경제에 속한다. 그는 "사회적 경제 기업은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를 만들어 자원낭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라며 "관의 도움을 받아 공공의 역할을 민간이 수행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안 이사장은 "사회적 경제를 돕는 센터가 서울 대구 광주 등지에서는 70억, 30억,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설립·운영되고 있다. 부산의 한 해 사회적 경제 예산은 사업비 등을 포함해 1억3000만 원이 고작"이라며 "전국에서 가장 먼저 사회적 경제 기업이 태동한 도시의 지원 인프라가 가장 열악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사회적기업협의회장이기도 한 안 이사장은 폐소형 가전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사회적 기업 '에코라이프 살림'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폐 대형가전은 수거하는 업체가 많은데, 소형은 수익이 안 나니까 수거가 잘 안 된다"며 "저소득층 주민과 고령자 25명을 고용해 플라스틱 고철을 팔아 임금을 주지만, 빚을 많이 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정이 열악한 부산 내 사회적 경제 기업들이 힘을 합치기로 뜻을 모아 지난해 사단법인 형태로 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안 이사장은 "해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IMF 사태 이후 급하게 일자리를 창출하려다 보니 고용노동부 행자부 등 부처들이 저마다 다른 사회적 경제 기업을 장려해 지원하기 시작했다"며 "예산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각 사회적 경제 기업이 받는 정부 지원도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네트워크가 결성됐다는 이야기다.

네트워크는 지난해에 부산시가 사회적 경제 육성에 관한 조례를 만드는데 애를 썼으며, 현재는 시 차원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만드는데 협력하고 있다. 센터가 조성되면 다양한 기업이 입주해 사업을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 교육 등 지원과 사회적 경제 기업의 제조 물품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이를 지원할 예산 규모가 확정이 안 돼 조율 중이다.

이 외에도 안 이사장은 "여야가 지난해 합의한 사회적 경제 통합 지원법이 국회에서 통과하도록 업계의 목소리를 전할 것"이라며 "지난해 부산시와 환경부가 100억 원을 들여 지은 생곡 재활용 특화단지 내 공장의 위탁 운영을 맡은 에코라이프 살림의 사업 규모 확대 등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바로 사회적 경제 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화다. 안 이사장은 "사회적 경제 기업이 지역의 고용 불안과 저성장, 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 산업이 돼야 한다"며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노르웨이 등의 사회적 경제는 전체 기업과 고용의 10~15% 이상을 차지한다. 꾸준한 지원으로 능력 있는 인력을 끌어들여야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 같은 기업이 나온다"고 확신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