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방 협진으로 병원 성장
- 최근 신관 지어 360병상 규모
- 불임·난임 한방치료로 명성
- '삼신할미'라는 별명 생기고
- 위안부 할머니 지원에도 앞장

여장부, 마당발, 삼신할미, 한의사이면서 약사, 경희대 한의대 외래교수, ㈔인성교육실천연합 부산대표, 요양병원장…. 그에게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한두 개가 아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대장부의 뚝심을 겸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해왔기 때문이다.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는 신창요양병원 권혁란 병원장이 그렇다.

권혁란 신창요양병원장이 18일 한·양방 협진을 비롯한 한의사가 운영하는 요양병원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신창요양병원은 2013년 12월 한의사가 운영하는 도심형 요양병원을 표방하며 '부모님같이 모시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개원한 지 3년4개월 만인 지난 1일 신관 확장 개원식을 열었다. 종전 본관 160병상에 환자가 다 차서 200병상 규모의 신관을 새로 지었다. 이로써 신창요양병원은 본관과 신관을 합쳐 360병상을 갖춰 중구에서 가장 큰 규모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요양병원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신창요양병원이 이처럼 급성장한 것은 명실상부한 한·양방 협진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병원장은 18일 "한·양방 협진체제를 도입한 요양병원은 적지 않지만 대부분은 한의사가 1명에 그쳐 구색용"이라면서 "우리 병원은 한의사가 운영하는 만큼 어르신 환자의 기력 회복을 돕는 보약 개념의 한약을 처방하고, 중풍 환자의 경우 하루는 한방 침·부항 치료를 받고 또 하루는 양방 재활 치료를 받는 등 실질적인 협진을 하고 있어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신창요양병원에는 현재 의사 5명, 한의사 3명이 근무하고 있다. 입원 및 퇴원 환자와 그 가족들의 입소문을 타고 신창요양병원에 입원하려는 환자가 많다.

제2의 고향인 부산에 도심형 요양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돌아가신 시아버지(故 김한준)의 유지를 받들어 명실상부한 한·양방 협진 병원, 환자를 인술로 대하는 병원,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병원 등 세 가지를 갖춘 노인전문 요양병원을 설립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경희대 한의대를 나와 같은 대학 한방병원에 근무하던 작은딸을 부산으로 오게 해 제가 35년 운영해온 신창한의원을 물려주고 2013년 12월 꿈에 그리던 신창요양병원을 개원했어요. 시아버지께서 50년, 제가 35년, 제 딸이 4년 신창한의원을 운영했으니 3대가 90년 가까이 한의원을 계승하며 불임·난임 및 난치병 치료 노하우를 축적했어요. 제가 한방 비법으로 난임부부에게 1만 명의 아이를 낳게 해줬으니 삼신할미라는 별명이 붙었죠. 저는 여성불임, 제 딸은 남성불임 박사입니다."

세 자녀도 모두 한의학과 관련이 있다. 신창한의원을 물려받은 작은딸뿐 아니라 아들은 경희대 한의대에 다니고 있고, 큰딸은 첼로를 전공하고 미국에 유학한 뒤 경희대 한의대에서 한방음악치료로 한의학 박사학위를 땄다.

권 병원장은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여고,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한 뒤 강릉에서 약국을 운영하다가 29살에 부산으로 시집오면서 부산사람이 됐다. 큰딸을 출산한 뒤 31살에 늦깎이로 원광대 한의대에 편입해 한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19대 대한여한의사회장을 지냈고 2013년 산청한방엑스포 기간에 산청한방약초축제위원회가 주는 9회 동의보감상을 받아 한의사로서 명성을 떨쳤다. 그는 진료실 환자는 물론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위안부 할머니의 건강을 챙기고 아픔을 치유해왔다. 2005년 부산구군여성단체협의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지낸 데 이어 2007년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맡아 여권 신장과 사회봉사활동에 앞장섰다. 그 공로로 부산시와 강원도로부터 부산여성상(2015년)과 자랑스러운 강원여성상(2007년)을 받았다.

그는 자신과 기질이 맞는 부산사람 덕에 나눔과 봉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부산사람의 기질이 솔직하고 활달한 제 성격과 꼭 닮았어요. 부산사람은 누구보다 가슴이 뜨겁고 눈물도 정도 많아서 제가 어려움에 빠진 이를 조용히 돕고 있노라면 어느새 한 분, 두 분 다가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동참해주십니다. 그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