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
- 동양인으론 이례적 집중 조명
- 내년 드레스덴 축제서도 초청
- "놋그릇도 때론 훌륭한 악기"
- 수필집 발간·오페레마 도전도

세계 3대 현대음악제로 꼽히는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 동양인으론 이례적으로 여러 차례 집중 조명된 현대음악가 안일웅(77). 그는 2000년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 무대에 선 이후 2006년, 2012년, 2013년에도 초청받았다. 2015년 초청 무대에서는 일제강점기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731-마루타 진혼기도 Ⅰ'를 초연해 화제를 모았다.

안일웅 선생은 "'독일 드레스덴 축제 2018'에 동양인 최초의 작곡가로 위촉돼 기쁘다"며 "'Glory to Heaven'으로 한국 정서성을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행보는 항상 국내 음악계의 주목을 받는다. 올해 초에는 짝수 해에 열리는 '독일 드레스덴 축제 2018'에 동양인 최초 작곡가로 위촉됐다. 지난 12일 현지조사를 위해 독일 출국을 앞둔 그를 부산 서면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안 선생은 드레스덴 축제에 자신이 작곡가로 위촉됐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동유럽 인물을 위촉하던 관행을 깨고 최초로 동양인, 한국인 작곡가인 나를 선정해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다름슈타트에서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선정된 것이 아닐까 싶다. 독일 언론에 잘 소개돼 성공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내년 드레스덴 페스티벌에서 'Glory to Heaven', 우리말로 '하늘에로의 영광'이라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혼성 합창과 바리톤 솔로, 3개의 협연 악기를 위한 음악으로 그가 평소 추구하는 '한국 정서성'을 표방한다. 특히 3개 협연 악기 중에는 파이프 오르간, 비브라폰뿐 아니라 자리끼(밤에 자다가 마시기 위하여 잠자리의 머리맡에 준비해 두는 물) 놋그릇이 있다. 안 선생은 "나무 막대기, 쇠젓가락 등으로 놋그릇을 치면 소리가 다르다. 기존 악기와 색다른 감각을 전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번 독일 여정에서 그는 현지 출판사와 수필집 발간도 논의한다. 책의 가제는 그의 좌우명인 '한 번뿐인 우리 삶을 정말 멋있게'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연구하는 현지 한국인의 제안으로 2006년 집필을 시작했다. 현대음악가 안일웅의 사유와 작품, 독일과 한국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안 선생은 음악계에 할 말이 많았다. "새로운 음악이라고 하면서 20세기 음악을 하고 있어요. 이제는 21세기 음악이 현대음악입니다." 또 그는 책을 통해 현대음악이 '동양화 되는' 추세임을 독일 음악계에 전하려 한다. "1, 2세기 후에는 현대음악의 흐름이 동양으로 넘어올 겁니다."

드레스덴 페스티벌과 수필집 발간 외에도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안일웅식 오페라'이다. 손수 작곡하고, 그의 짝꿍이라 부르는 동갑내기 아내 한소자 시인이 대본을 썼다. KBS 프로그램 '인간극장'에도 소개돼 '닭살 커플'로 유명한 이 노부부는 5년 전부터 '아라의 꿈'이라는 오페라를 준비했다. 이날 인터뷰에도 한 씨가 함께했는데, 부부는 '아라의 꿈'의 대본을 보여줬다.

"오페라와 드라마가 만난 '오페레마'라는 새로운 양식의 작품이에요. 저는 제 현대음악 작품처럼 오페레마 '아라의 꿈'도 노래와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직감적으로 와닿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내년 초연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어요."

두 사람은 내년 금혼식 되는 해를 맞아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안 선생은 "대다수 사람이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다 보면 인생에도 관성이 붙어 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흘러가는 대로 살지 말고 철저한 의식을 가진 삶을 살아야 한다"며 "결혼 50년이 되기 전에 이혼하거나 사별하는 경우도 많아 금혼식이 드무니 우리의 금혼식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