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중점 교육의 공립 고교
- 신입생 30명 국·영·수와 함께
- 연출 등 영화 전문과목 공부
- 학생들 1 대 1 맞춤교육으로
- 숨겨진 재능 드러나게 도와

"잠재된 창의성과 '끼'를 마음껏 발산토록 하되,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예술가로서의 인성교육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경남 밀양영화고 박치갑 초대 교장이 교육 방향과 운영 방침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민용 기자

지난 3월 밀양시 상남면에 개교한 밀양영화고는 영화 중점 교육을 하는 기숙형 공립 고교다. 학생 수 감소로 2015년 폐교된 상남중을 증개축해 들어섰다. 신입생 30명(2개 학급)은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연기·연출·시나리오·촬영기술·분장 등 영화 관련 교육을 받는다. 교육과정은 국어·영어·수학 등 일반교과와 함께 영화 전문교과, 창의체험활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남 밀양영화고 초대 교장을 맡은 박치갑 교장은 21일 교육방침과 관련해 '심미적인 감성과 창의적인 상상력을 갖춘 영상예술인의 양성'을 강조했다.

박 교장은 "경남에서 처음으로 개교한 영화 전문고이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며 "높은 관심만큼 학교 운영과 교육에 대한 책임도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박 교장의 책상과 책장은 영화와 관련된 서적들로 채워져 있다. 학과 수업을 하지는 않지만 영화와 관련된 역사에서부터 최근 영화계 흐름까지 섭렵하고 있다.

"일반적인 교과목은 학생들이 선생님으로부터 지식을 습득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교육되만 영화 전문 교과목은 학생들의 숨겨진 재능을 스스로 끌어내야 하는 능동적인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박 교장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재능과 숨겨진 끼를 드러낼 수 있는 1 대 1 맞춤교육 등 환경조성에 열심이다. 먼저 교복을 없앴다. 창의적인 분야를 공부하는 만큼, 학생들이 자유롭게 개성을 드러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교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회의실도 '소통실'로 명명했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예술교육기관으로서 일반학교에서 사용하는 행정용어를 배제한 것이다.

박 교장의 자부심 뒤에는 든든한 선생님들이 있다. 밀양영화고에는 일반교과 교사 6명, 전문교과 교사 2명 등 총 8명이 학생을 지도한다. 박 교장은 본인은 물론이고 수학 교과를 뺀 모든 교사가 이 학교를 자원했다. 국어 교사는 예전에 시나리오를 작성한 경험이 있고 영어 교사는 연극배우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박 교장은 "연기와 영화 제작 교육을 맡은 전문교과 선생님들은 학생 개개인의 맞춤식 수업을 위해 매일 밤 10시 넘어서야 퇴근할 정도로 열의가 넘친다"며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이 밖에 영화감상실, 영상장비실, 영상촬영실습실, 영상편집실, 소극장 등 다양한 교육 시설도 마련했다. 다른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대부분 교실에 방음시설을 완비했다.

영화 교육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은 이력에서 잘 드러난다. 경남 고성군 대가면 출신인 박 교장은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ROTC(학군단) 출신으로 1984년 교직에 첫발을 디뎠다.

박 교장은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중도탈락자를 줄이기 위한 교내 프로그램인 '꿈 키움 교실'의 우수사례자로 선정됐다. 또 소규모 학교에 재직할 때는 '우리 학교 예체능'이라는 색다른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사제 간은 물론 학부모의 동참을 끌어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물론 그는 이런 행사 때마다 촬영과 편집을 도맡으면서 영상전문가로 인정을 받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박 교장은 "밀양영화고는 앞으로 3년간 학년당 30명의 학생을 모집해 전교생 90명의 작은 학교로 최고를 추구하는 예술학교로 성장할 것"이라며 "다양성과 탁월성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가며 개개인의 개성과 인성을 존중하는 가족 같은 따뜻한 학교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