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최초 빙상팀 창단 등
- 동계종목 불모지 부산 활성화
- 내년 4월 제2빙상장 완공되면
- 취임 때 내건 목표 모두 달성

기공식 현장에는 축포가 터지고 꽃가루가 흩날렸다. 공사의 첫 삽을 뜨는 시삽 행사까지 마무리되자 많은 사람이 특히 한 사람을 향해 축하를 보냈다. 지난 2일 부산 남구 백운포체육공원에서 만난 김경자 부산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연신 웃음꽃을 피웠다.

김경자 부산빙상경기연맹 회장은 "빙상 불모지 부산도 제2빙상장 완공 후 동계올림픽에서 뛸 수 있는 빙상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전민철 기자

이날 기공식을 가진 남구실내빙상장은 총 110억 원을 들여 지상 2층, 연면적 4000여 ㎡의 국제규격 아이스링크장을 갖춘 시설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이전까지 부산 쇼트트랙과 피겨 스케이팅, 심지어 특수 시트가 필요한 컬링 선수들까지 모두 부산에 유일한 북구문화빙상센터의 빙판을 공유하며 시간별로 나눠 훈련할 수밖에 없었다. 빙상장을 찾아 경남 창원이나 김해 등으로 옮겨 다니는 경우도 많았다. 부산에 제2빙상장이 건립되면 조금이나마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선수들이 멀리까지 가서 연습하는 게 마음 아팠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부산의 빙상 스포츠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전통적으로 동계 종목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부산이지만 2014년 김 회장이 취임한 후 호재가 잇따랐다. 지난해 지역 최초 빙상팀인 콜핑 빙상팀이 창단했고, 지난 2월 열린 전국동계체전에서는 빙상 종목을 비롯한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11년 연속 5위를 달성했다. 김 회장은 "시체육회를 비롯해 주변의 많은 도움과 노력이 힘을 합쳐 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빙상연맹회장 취임 후 일주일에 두 번씩 직접 신세계 센텀시티 빙상장을 찾는 김 회장은 스케이트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어릴 적에도 조금 탔지만 회장직을 맡고 난 후 더 열심히 타고 있어요. 장비도 갖추기 때문에 안전하고 생각보다 운동 효과도 큰 데 무엇보다도 너무 재미있습니다."

부산에 자리 잡고 20여 년째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김 회장은 지난해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며 인연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지만, 통합 빙상연맹 출범과 함께 한 번 더 회장직을 맡아 앞으로 4년간 함께한다. 지역 빙상 꿈나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김 회장을 사로잡았다. "부산에서 한 해에 4, 5차례 대회를 여는데 어린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쁩니다. 회장이라고 알아보고 저에게 다가와 주는 모습도 너무 예쁘죠."

그는 지난 시즌 국가대표 여자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한 김건희(만덕고 2)의 고모이기도 하다. 김건희는 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3000m 계주를 포함해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전국동계체전에서도 2관왕에 올랐다.

내년 4월 완공 예정인 제2빙상장 건립까지 확정되면서 김 회장은 취임 당시 내세웠던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실업팀 창단과 새로운 빙상 경기장 건립을 마무리한 그의 다음 목표는 부산에서 첫 빙상 종목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것이다. "국제 규격을 갖춘 새로운 경기장이 생기는 만큼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공사가 잘 마무리되면 추진할 생각입니다."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될 부지를 다시 둘러보며 "감회가 새롭다"고 말한 김 회장은 부산의 빙상 종목 활성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학교 체육에서부터 저변을 넓혀 선수층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릴 2018 평창 동계올림픽뿐만 아니라 먼 미래에도 부산에서 뛰어난 빙상 선수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부산 시민들이 지역 빙상 스포츠에 대해 관심을 더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눈도 잘 안 오고 얼음이 언 것도 보기 어려운 부산이지만, 빙상 종목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운동이자 스포츠로 인식하고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