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준 높은 라이브공연장 갖춰
- 월 12~15회 기획·특별 무대
- 네이버TV 게재로 대중화
- 토크쇼·일본클럽과도 교류

부산 인디씬의 전성기를 이끌던 클럽 '락625'가 2003년 갑작스럽게 문을 닫은 뒤 구심점을 잃은 인디씬은 한동안 휘청거렸다. 이후 부산 라이브 클럽의 계보를 이은 건 2010년 경성대 인근에 생긴 클럽 '리얼라이즈'(부산 남구 대연동)이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열린 '리얼라이즈 7주년 기념 공연'에는 부산 음악가 40여 팀이 대거 출동했다. 리얼라이즈가 명실상부한 부산 인디씬의 구심점임을 더욱 확고히 한 자리였다. 리얼라이즈 배진수(39) 대표는 "흔쾌히 출연해 준 뮤지션들에게 고맙다. 감개무량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배진수 대표는 "부산 인디씬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기획공연은 물론 일본 클럽과 교류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진 기자

2005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부산으로 온 배 대표는 2006년부터 하드코어 메탈 밴드 '과매기' 등에서 활동하며 부족한 라이브 공연장에 갈증을 느꼈다. 특히 하드코어, 록, 메탈 등 소리가 크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헤비 음악을 자유롭게 공연할 곳이 드물었다. "인디 음악이 비주류인데 하드 록은 그 가운데서도 비주류죠. 세고 강한 음악을 지원 사격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리얼라이즈는 그간 수준 높은 무대 시설과 음향을 갖추며 진화했다. 2, 3개월에 한 번씩 기획공연을 선보였다. 기타리스트만 모은 '6현의 마술', 메탈 음악 밴드만 모은 '불쉿페스트', 통기타만 연주하는 '언플러그드 라이브', 펑크록 특집 공연 '펑크데이' 등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라이브 클럽이 그러하듯 리얼라이즈의 재정 상태는 여유롭지 못하다. 배 대표도 음향기기 사업을 거쳐 영상 편집 등 '투잡'을 뛰었기에 클럽 운영이 가능했다. 그는 "계속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고 말했다. 공연만으로 수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리얼라이즈가 지역 인디씬의 '대들보' '큰형'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지금까지 왔다.

올해부터 새로운 도약을 꾀했다. 일단 공연 횟수를 늘렸다. 매주 금~일요일 중 대관이 없는 날에는 '리얼라이즈 라이브 공연'을 연다. 최소 한 달에 3, 4회 열던 공연을 12~15회로 늘린 것이다. 동시에 리얼라이즈에는 헤비 뮤직을 하거나 수준 높은 팀만 설 수 있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있다. 장르 교류, 신인 진출 기회 제공 등이 현재의 부산 인디씬에 맞겠다는 판단에서다.

배 대표는 "지난해부터 젊은 뮤지션이 나오고, 해체했던 팀이 새로 팀을 만드는 등 움직임이 보인다. 아마 리얼라이즈 등 공연 무대가 버틴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또 연습 공간을 제공하는 민락인디트레이닝센터나 음원을 녹음하고 작업하는 부산음악창작소 등 실제 무대에 오르기 전 준비 단계에 공적 지원이 이뤄진 것도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리얼라이즈 라이브 공연은 출연 뮤지션과 협의 아래 네이버TV 채널에 게재된다. 배 대표는 3~5대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하고, 녹음한 음원을 편집해 영상을 완성한다. 실력 있는 부산 뮤지션들이 대중에게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길 바랐기에 자진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올해 하반기에는 토크쇼 등도 계획 중이다.

지난해 시작한 일본 후쿠오카 클럽과 교류 공연인 '절정천'도 지속한다. 부산과 후쿠오카의 라이브 클럽 대표가 추천하는 밴드 2, 3팀이 상대 도시로 가서 공연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절정천에 오른 뮤지션끼리 음반도 만들었다.

과매기, 스톤드, 헤르츠, 앤드디즈데이즈 ,헤드터너 등이 속한 '레이블 리얼라이즈'를 맡은 배 대표는 "실력 좋은 팀이 점점 더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팀 내 작은 불화에 대처할 시간이 모자라 해체하는 경우도 봤다. 레이블(음반기획사)을 통해 신인 팀에게 라이브 공연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반적인 단계를 조언하고 팀 내 소통을 조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 인디씬에 애정이 많은 그는 당부도 덧붙였다. "공연 기획자로서, 라이브 클럽 운영자로서, 뮤지션으로서 하는 말인데, 뮤지션은 결국은 '관객'이거든요. 일본 라이브 클럽을 보면 뮤지션이 일정한 숫자의 관객을 못 끌어들이면 그만큼 돈을 내놓습니다. 냉정한 시스템이죠. 관객을 끌어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어떤 공연이든, 주어진 무대에 책임을 져야죠."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