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리시대, DTI 정책 타당
- 원리금 상환 능력이 관건
- 핀테크시대 자문인력 더 필요
- 인터넷은행은 차별화 꾀해야

"한국은 '빚 권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원리금 상환 능력이 있는지입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서민들이 원리금을 잘 갚을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우기자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53) 선임연구위원을 지난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근 한국 경제의 화두(話頭)가 된 '가계부채' 문제부터 꺼냈다. 지난해 3월 기준 가계신용 잔액 1359조7000억 원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가계부채를 설명할 수 있는 열쇠는 가격 변수인 금리입니다. 과거에는 금리가 높으니 저축을 해서 집을 샀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죠." 그의 말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은행원인 덕선이 아버지(성동일 분)가 "은행 금리가 내려 15%"라고 푸념하던 장면과 겹쳐진다. 3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2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김 위원의 설명은 시대에 이어 국경을 넘어 이어졌다. "캐나다에서는 집을 살 때, 일반적으로 직장이나 소득이 있으면 집값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지 않고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만 봅니다. DTI 5~10%만 있으면 90% 정도는 대출해줍니다. 상환능력이 있으면 빌려준다는 뜻이지요."

김 위원은 "원리금을 잘 갚을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면서 "부채를 갚아나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가계부채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원리금 상환능력이 있는지가 우려되는 대목이다"며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라는 측면에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금융의 큰 변화인 '핀테크(fintech·금융과 정보기술의 융합)'에 대해서도 물었다. "비대면 채널은 보완재에 가깝지 대체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비대면 채널은 조회나 자금이체 서비스 위주의 비용 모델이지 상품 판매 등 돈을 버는 수익 모델은 아니라고 봅니다. 핀테크의 등장으로 일부 인력이 대체되기도 하겠지만 고객과 얼굴을 맞대고 진행되는 자문서비스 인력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를 비롯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었다. 그는 "인터넷은행의 미래는 규제당국의 입장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취지는 기존 은행을 통해 혜택을 못 받는 사람, 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기존 은행과 영업 영역이 겹치는 양적인 팽창에 치우칠 경우 인터넷은행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은행의 특성을 감안해 인허가를 다양하게 내주는 방식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부산진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금융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우리나라 최초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지주 설립 추진 사무국에서 일하는 등 굵직한 금융 역사 현장에 몸담기도 했다. 이후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를 거쳐 2011년부터 현재까지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1984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7차전 유두열의 역전홈런을 엊그제 일처럼 묘사하는 그는 롯데의 부진으로 한때 변심(變心)했으나 이대호의 귀환과 함께 회심(回心)한 '부산 갈매기'다. 고향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부산이 가진 자연환경은 외국인에게 서울보다 더 매력적인 요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금융특구처럼 세제 혜택을 포함한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