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 전 후쿠시마 사고 계기
- 부산 탈핵운동 전환기 맞아
- 시민단체 30여 곳 자발 참여
- 올해 '탈핵의 약속' 슬로건
- 한국 일본 유럽 등 작품 다양

"지난달 19일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를 선포했지요. 문재인 대통령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월성1호기 폐쇄 등도 언급했고요. 아주 전향적인 변화가 예상되죠. 기존 원전 폐쇄를 넘어 탈핵 시대로 향하는 그림이 시작됐다는 점이 가장 뜻깊습니다."

전진성 부산반핵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원전 폐쇄 이후 새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민철 기자

7일부터 9일까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해운대구 우동)에서 열리는 '제7회 부산반핵영화제'는 어느 때보다 희망적인 분위기에서 막을 올리게 됐다. 노후 원전 폐쇄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탈핵 시대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그런 약속을 지켜달라는 바람을 담아 올해 슬로건을 '탈핵의 약속'으로 확정했다. 부산반핵영화제 전진성(50·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조직위원장을 만났다.

부산반핵영화제는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출발했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부산의 탈핵 운동 역사는 2000년대 초반 일본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2세인 고 김형률(1970~2005) 씨가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원폭 피해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금씩 진행하던 탈핵 운동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기점으로 큰 전환기를 맞았고, 그해 봄 시민들에게 탈핵의 필요성을 환기하자는 목표로 영화제를 처음 열었다. 김형률 씨의 평전을 썼던 부산교대 전 위원장이 1회부터 조직위원장을 맡아 왔다.

영화제는 부산 시민단체 30여 곳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된다. 각 단체가 10만 원을 후원해 적은 예산으로 쉽지 않은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뜻을 모은 이들의 바람은 무엇일까. 전 위원장은 "영화제가 시민의 관심 환기는 물론, 올바른 탈핵 정책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단지 기존 원전을 폐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전력 수급 방식에 대한 논쟁도 팽팽하지 않나. 폐쇄를 넘어 새롭게 맞아야 할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탈핵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 '탈핵의 약속'을 환기하는 자리를 통해 더 많은 논의가 오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무거운 주제인 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전 위원장은 "그래도 10년은 해보려고 한다"고 웃었다. 그는 "갈수록 탈핵의 위험을 고발하는 영화도 늘어 가고, 이번 고리1호기 영구 정지를 통해 시민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한국과 일본의 다큐멘터리 외에도 유럽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영화 '판도라'와 같은 극영화,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상영하니 많은 분이 편하게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7회 부산반핵영화제는 '탈핵의 약속'을 담은 9편의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개막작은 토요다 나오미 감독의 '빼앗긴 후쿠시마'로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도 진행한다. 폐막작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지곤 감독의 다큐멘터리 '메아리-물, 아리랑, 8:15(25662)'가 선정됐다.

전 조직위원장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현대 독일 역사'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