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금부족 청년 취업 위해
- 졸음쉼터 푸드트럭 운영
- 휴게소 화장실 시설 확충
- '요금 원톨링서비스' 도입 등
- 고속도로 이용 편의성 높여

12일 퇴임식을 갖고 한국도로공사를 떠나는 김학송(65) 사장의 감회는 한마디로 '보람'과 '성취감' 혹은 '뿌듯함'이 대부분일 듯하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발표된 '201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1위, 4년 연속 최고 등급(A)을 받았다. 도로공사가 1969년 창립된 이후 최초이고, 198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처음이다. 공기업 경영자 입장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셈이다.

김학송 사장은 "다양한 편의시설과 서비스 제도를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둔 것 같다"며 "퇴임 후에도 무슨 역할이든 주어지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으로부터 우수 공기업 '조련' 비결을 직접 들어봤다. "2013년 12월 사장으로 취임해서 보니 직원들이 공무원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조직문화도 마치 군대처럼 상명하복식이어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사고가 경직돼 있어 국민의 시선에서 일이 추진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부터 넥타이 풀고 청바지를 입었습니다. 자유로운 복장으로 수시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했습니다. 지금은 직원 대부분이 국민의 눈으로 업무를 바라보고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경영평가가 말해주듯 도공은 김 사장의 재임 3년6개월 동안 전에 없는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우선 도공은 요즘 화두가 되는 일자리 창출에 어느 공기업보다 열성을 보여왔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당장 자금이 부족한 만 20∼35세 청년들을 위해 2014년부터 '휴게소 매장'과 '졸음쉼터 푸드트럭'을 도입했다. 휴게소 내에 무상으로 매장을 내주고 초기 6개월 임차료도 면제해주는 휴게소 매장은 88개까지 늘면서 34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졸음쉼터에서 음식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졸음쉼터 푸드트럭은 14곳에서 운영 중이다.

김 사장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지다. 젊은이들에게 제2, 제3의 이병철(삼성그룹 창업주), 정주영(현대그룹 창업주)이 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요즘 고속도로 이용자들은 일부러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도 김 사장 부임 이후 나타난 변화다. 고속도로 주유소의 가격이 일반 주유소보다 오히려 저렴하기 때문이다. "유류 물량이 많을수록 정유사와의 가격 협상에 유리하다는 점에 착안, 2014년부터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에 공급되는 물량을 모아 도공이 직접 입찰에 부치도록 했습니다. 'ex-oil'이라는 브랜드도 새로 만들고, 셀프 주유기 확대와 유류 탱크 증설을 통해 가격을 낮췄습니다. 지난해 ex-oil 유류 판매량은 전년보다 43%나 늘어났습니다."

또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들른 사람이라면 자신의 눈을 의심할 것이다. 호텔이나 백화점 화장실 못잖게 깨끗하고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여성 화장실에는 수유실·파우더룸·위생용품 수거대 등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김 사장이 강력하게 추진한 '제2의 화장실 문화 혁신' 사업 결과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재임 기간에 '모든 도로에서 안전띠 착용 의무화' 등 다양한 교통안전 대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2012년 340여 명에서 2016년 230여 명까지 줄었다. 그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환승정류장인 'ex-hub', 고속도로 요금을 최종목적지에서 한번에 내는 '원톨링 서비스'를 도입하고, 저렴한 가격의 '하이패스 행복단말기' 보급 등 고속도로 이용의 편의성을 높였다. 김 사장은 재임 중 부산 경남 지역과 연결된 고속도로 신설·확장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총연장 48.8㎞의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가 올 연말 개통을 앞두는 등 부산 경남에만 9개 노선(325.7㎞·총사업비 11조 원)의 고속도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경남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 출신으로 마산고와 건국대(정치외교학)를 졸업한 김 사장은 진해에서 경남도의원과 3선(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중진 정치인 출신이다.

최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