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폐뇌소생술 못 받은 환자
- 후유증으로 반신불수 목격
- “사람 살리는 귀중한 교육
- 보급 필요성·중요성 알기에
- 교육장소로 병원 무상 제공”

“몰라서 당하는 억울한 죽음을 교육 훈련을 통해 막는 데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동참해야죠.”

안철 춘해병원 원장이 심폐뇌소생술을 시연하며 그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9시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범내골 교차로 인근 춘해병원 9층 대강당. 안철(58) 춘해병원장은 대한손상예방협회(KIPA)가 시민과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무료로 교육하는 ‘심폐뇌소생술 및 자동심장충격기(AED) 교육’의 강사로 나서기 앞서 대한손상예방협회에 교육 장소를 무상으로 빌려준 이유를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대한손상예방협회는 2004년 8월부터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에 14년째 부산역 광장 벤치에서 진행하던 교육 장소를 최근 춘해병원으로 바꿨다. 부산시가 부산역 광장에 공원 조성공사를 벌이는 데다 외부 화장실을 폐쇄한 후 노숙자의 노상방뇨가 심해 교육을 진행하기 곤란해지자 대한손상예방협회는 대체 장소를 물색하느라 애를 태웠다. 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이가 안 병원장. 그는 “ 심폐뇌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교육은 심정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환자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교육이므로 전 국민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온 터라 교육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게 우리 병원 공간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손상예방협회 자문위원과 부산진소방서 구급전문의용소방대장을 맡고 있다.

심정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주변 목격자나 가족이 하는 초기 심폐뇌소생술이 왜 중요할까. 그는 “뇌 수술 5000례, 척추 수술 1500례를 한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수많은 환자를 살렸지만 심폐뇌소생술을 받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예후가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뇌는 4~6분간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가 손상되기 때문에 병원에 후송돼 심장과 호흡이 회복되더라도 후유증으로 반신불수, 식물인간, 뇌사자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119 구급대원이나 병원 응급실 의료진에게 인계되기 전까지 주변 목격자나 가족이 심폐뇌소생술을 신속하게 해야 뇌 손상 없는 회복을 기대할 수 있어요. 현장 목격자나 가족이 심폐뇌소생술을 먼저 하지 않으면 의사가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소용 없죠.”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임수혁 선수의 죽음이 심폐뇌소생술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임 선수는 2000년 4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2루에 서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사고 현장에서 응급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심장과 호흡은 살려냈으나 뇌에 산소 공급이 끊겨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10년 가까이 병상에 누워 있다가 2010년 2월 7일 세상을 떠났다. 임 선수가 쓰러질 당시 그는 광혜병원에 근무하며 롯데자이언츠 주치의를 맡고 있어 슬픔이 컸다.

그는 “가족이나 지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정지 상태에 처했다고 가정하면 ‘우짜꼬 우짜꼬’하며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숨질 수도 있다”며 “평소 몇 시간만 투자해 심폐뇌소생술 및 자동심장충격기 교육을 받아놓으면 응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주위 가까운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며 교육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춘해병원에서 심폐뇌소생술 교육이 있을 때면 바쁜 진료 일정을 쪼개 일반인이 알기 쉽게 직접 만든 동영상을 이용해 그 중요성을 강의하고 있다. 옆에 있던 대한손상예방협회 배석주 사무총장은 “협회 홈페이지(www.kipabs.or.kr)에 신청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거들었다.

안 병원장은 “실제 학교 수업시간에 심폐뇌소생술을 배운 바로 그날 하굣길에 심정지 환자의 목숨을 살린 초등학생도 있으니 취재하러 온 김에 꼭 배우고 가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배 사무총장은 “지난달 22일 춘해병원에서 교육받은 부산지역 모 백화점 보안요원이 최근 심폐뇌소생술로 어린이를 구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엉겁결에 3시간 동안 이론 및 실습교육을 받느라 팔이 빠질 것처럼 아팠지만 만에 하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