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관련 업종 납세유예제
- 환급금 조기지급해 운영 도움
- 지역 상인·기업인과 간담회
- 일자리 창출기업 지원 강화
- 각종 탈세·갑질행위 엄단

“주력 업종의 부진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동남권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세정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지난 7월 말 제60대 부산국세청장에 취임한 김한년(56) 청장은 세무 행정이 지역경제 발전에 저해가 되지 않도록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세정을 집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한년 부산국세청장이 동남권 경제가 활력을 찾는 데 힘이 되는 세무 행정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종진 기자

김 청장은 특히 사상 최대 위기에 놓인 조선업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경영에 애로를 겪는 기업은 납세유예 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고, 환급금 조기 지급을 통해 자금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밝혔다. 세무조사 역시 최소화하고 간편조사를 확대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줄 예정이다.

김 청장은 납세자와의 ‘소통’을 최고의 가치로 꼽았다. 그는 취임 후 한달여 동안 업무 현안 등을 파악한 뒤 곧장 지역 상공인 및 납세자들과의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자리가 지난 12일 경남 거제상공회의소에서 했던 간담회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청장은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부산국세청에 ‘경영애로기업 세정지원 추진단’을 구성해 상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형식적인 간담회가 아니라 납세자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겠다는 김 청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김 청장은 이달 내에 부산시 상인연합회, 부산상공회의소, 동래시장 상인회, 김해상공회의소, 창원상공회의소 등과 잇따라 간담회를 하는 ‘강행군’을 펼칠 예정이다. 그는 “간담회 개최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진정하게 소통하고 머리를 맞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도 형식적인 간담회가 되지 않기 위해 납세자들의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피드백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문재인 정부가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기업에게는 다양한 ‘당근’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중소기업을 정기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납부기한 연장, 징수유예 등을 통해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최대 1억 원까지 납세담보를 면제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한다. 아울러 청년과 중소 상공인의 창업과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맞춤형 세무 자문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김 청장은 기업 외에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밝혔다. 일하는 서민층을 위한 복지제도로 자리 잡은 근로·자녀장학금이 수혜 대상자에게 빠짐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폭넓게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전통시장 등을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현장 상담실’의 운영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영세사업자의 일시적인 체납에 대해서는 체납처분 유예 등을 이용해 탄력적으로 체납처분을 집행할 예정이다.

김 청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기업이나 취약계층 등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지만,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의 성실 납세자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는 탈세자의 행위를 엄정하게 대응해 성실 납세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재산가의 편법 상속 및 증여, 역세 탈세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 한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는 프랜차이즈 본부의 편법적 탈세 행위에 대해서도 철퇴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편 세무대 1기 출신인 김 청장은 8급 특채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뒤 국세청 부가가치세과장, 소득지원국장, 서울국세청 조사 1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