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 주인·무예가 등 모여
- 마을박물관 조성에 힘 합쳐
- 수영야류 관련 만화책 발간
- 유적 등 역사관광자원 활용
- ‘느리게 걷기 코스’ 개발도

수영성문화마을사업이 3년 과정을 마무리했다. 역사·문화 자산이 풍부한 부산 수영구 수영동이 해운대와 광안리 사이 ‘쇠락한 마을’에 머물고 있다는 판단으로 시작한 도시재생사업이다. 하나의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사업이 3년 만에 뚝딱 끝나는 일이기야 할까.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마을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 프로젝트가 2015~2017년이라는 기한을 다한 것이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박진명 팀장은 “사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는게 도시재생의 핵심이지만 관광·여행자원 발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민철 기자

수영구로부터 위임받아 실제로 이 사업을 이끌어 온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의 박진명 팀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수영성문화마을사업의 가장 큰 성취를 꼽으라고 하자 그는 망설이지 않고 “사람을 남긴 것”이라고 답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 대개 주민협의체부터 구성하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실무단체는 기존의 영향력 있는 주민 대표들로 커뮤니티를 구성하지요. 우리는 이게 맞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공동체 문화가 없는 곳에서 공동체 실험을 하려는 것이니 당연히 커뮤니티도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바로 그런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강좌로 진행하는 문화사랑방을 열었죠.”

마을도서관 주인, 전통무예가, 문화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을 찾아내 사랑방으로 초대했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주민 구심체가 됐다. 2년간 내공을 쌓은 이들은 올해 들어서는 직접 사랑방의 호스트가 돼 강사진을 구성하고 주민을 초청했다. 사랑방 손님이 주인이 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커뮤니티는 공동체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뚜렷하다. 공동체의 지향점을 잘 알고 있기에 능동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갈 능력도 갖추게 된다.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기획자가 떠나면 사업 자체가 무너진다는 것인데, 이런 커뮤니티가 버티고 있으면 이 프로젝트는 영속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커뮤니티 구성이 무형의 성과라면 마을박물관 사업은 ‘유형의 결실’이다. 수영팔도시장과 사적공원 바로 옆에 마련한 마을박물관은 수영성마을사업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박 팀장의 설명이다.

“문체부 3년 사업이 올해로 끝나고 내년부터는 주민 커뮤니티가 중심이 된 마을기업이 사업을 끌어나갑니다. 마을박물관도 마을기업이 위탁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관련 조례나 규정이 없어 이걸 뚫으려고 담당 공무원들이 애를 많이 썼죠. 마을기업이 박물관을 운영하게 되면 기념품을 판매하든, 책자를 내든, 문화해설사업을 하든, 적게나마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을문화사업의 성과를 주민이 활용할 길이 열린 겁니다. 그 첫 번째 사업이 이번에 발간한 만화책 ‘수영야류 탈바꿈-별 탈 없이 산다’입니다. 이 만화책은 출판사 등을 통해 시중에도 일부 유통될 예정입니다.”

사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게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중심의 마을사업에서 관광·여행자원 발굴을 빼놓고 말하기는 어렵다.

“관광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사업은 아니었지만, 마을의 역사와 스토리, 생활문화를 연구하면서 수영동이 가진 역사관광자원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적공원 내 유적과 천연기념물에, 수영야류·좌수영어방놀이·수영농청놀이 등 무형문화재, 그리고 팔도시장까지. 알려지기만 하면 훌륭한 도시여행지가 될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개발한 것이 수영을 ‘느리게 걷기’ 코스입니다. 코스 지도를 한 장 들고 한나절 천천히 수영동을 걷다 보면 그 매력을 알게 될 겁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