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부산 용호동서 개점
- ‘김밥의 고급화’로 승승장구
- 단골손님 어린이재단과 인연
- 교복 지원·정기 후원금 기부

지난해 12월 중순, 부산 해운대구 아르피나에서 20개 초등학교 5, 6학년 80여 명이 참가한 ‘비해피 리더십캠프’가 1박2일 일정으로 열렸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부산시교육청이 함께하는 아동·청소년 마음튼튼 프로젝트(Be Happy School·비해피스쿨)의 피날레 프로그램으로 2015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행사다.

고봉민김밥의 고봉민 감사는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보다 현재 브랜드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 100년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곽재훈 전문기자

구글코리아 김태원 상무가 ‘창의적인 인재와 새로운 미래 설계:기회는 어디에서 불어오는가?’를 주제로한 특강, 정서·인성 교육 등 알찬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었다.

전체 경비는 2000여만 원. 이번에 열린 제3회 행사는 프랜차이즈 분식 가맹점을 운영하는 ㈜KBM 고봉민김밥(대표 한석균)의 단독 후원으로 열렸다. 이외에도 고봉민김밥은 새 학기 교복지원비와 정기 후원금 등 연간 수천만 원의 기부금을 내며 미래 리더그룹이 될 학생들을 돕고 있다.

현재 국내 김밥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고봉민김밥의 고봉민(40) 감사를 최근 해운대구 센텀시티 본사에서 만났다. 2009년 2월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고봉민 김밥人(인)’ 1호점을 낸 지 다음 달이면 꼭 10년째가 된다. 지금은 전국 가맹점이 800개에 달할 만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김밥 체인점이 됐다. 33㎡평 남짓 작은 가게에서 부부가 돌돌 말아 팔던 김밥이 전 국민의 입맛을 홀려 버린 것이다.

고 감사는 “1호점 오픈과 동시에 맛집으로 소문 나면서 인근에 사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직원이 단골손님이 됐다. 그의 소개로 한 언론에 기사가 났고, 그 인연으로 어린이재단에 기부를 한 것이 어느덧 10년이다”며 “많은 분이 우리 김밥을 사랑해 주시니 저도 뭔가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이 성장할 때마다 조금씩 기부금을 늘리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공헌활동에 열심인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20대 중반에 결혼한 고 감사는 고봉민김밥 창업 전 남편과 함께 ‘한 줄 천 원짜리’ 김밥 체인을 수년간 운영했다. 하지만 탑처럼 무더기로 김밥을 쌓아놓는 게 싫고, 플라스틱 접시도 싫었다. 김밥 한 줄이라도 좋은 재료로, 제대로 된 요리처럼 만들어 내고 싶었다. 재창업을 준비하면서 인테리어, 소품, 그릇 하나하나까지 직접 챙기고 바꾸면서 ‘고급화된 김밥’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선보였다.

“당시 기존 김밥보다 500원 비싼 1500원짜리 김밥을 내 놓았어요. 가격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저희의 진정성을 알아보신 듯 손님들이 좋아했어요. 남편과 함께 개발한 ‘돈가스 김밥’은 대박이었답니다. ‘김밥 브랜드의 고급화’가 적중한 거죠.”

대박 행진에는 기부라는 ‘부적’도 힘을 발휘한 듯했다. 그는 “기부를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장사도 잘되고 일이 잘 풀렸다”며 “기대도 안 했는데 아이가 콩쿠르 대회에서 상을 받고, 고민거리가 해결되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소액이라도 꼭 기부를 하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지금도 가맹점 문의가 이어진다는 고 감사는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현재 브랜드를 잘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가맹점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새로운 메뉴 개발도 계속하면서 100년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끝내며 그동안 궁금했던 걸 물었다. 고봉민이 진짜 이름인지. 살짝 미소를 짓던 그는 “많이들 물어보신다. 받들 봉(奉)에 백성 민(民)으로 스님이 지어 주셨다. 어렸을 때 ‘꼬봉, 꼬봉’하며 친구들한테 놀림도 곧잘 받았는데 그때마다 어머니께서 ‘이름 덕을 볼 것’이라 말씀하셨다. 거짓말처럼 그렇게 됐다. 대한민국에서 저만큼 이름이 많이 불리는 사람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