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폭행사건 물의 죄송
- 재발 방지 제도적 대책 마련
- 지역 거점의료기관 신뢰 회복
- 정보통신기술 접목 고심 지속

부산대병원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하나 되는 진심·함께하는 공감·든든한 동행’이라는 새 캐치프레이즈를 선포하며 분위기 쇄신을 결의했다. 이어 병원이 위치한 서구 아미동의 취약계층과 홀로 사는 노인 40여 명을 초청해 떡국 나눔 행사를 마련했다. 지난해 교수가 전공의를 폭행한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부산대병원이 새해를 맞아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선언했다. “성장과 외형에서 벗어나 기본과 내실을 다지겠다”는 게 새해를 맞는 이창훈(55) 부산대병원장의 비장한 각오다.

이창훈 부산대병원장이 28일 “성장과 외형에서 벗어나 기본과 내실을 다지겠다”며 새 캐치프레이즈 선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이창훈 병원장은 28일 새 캐치프레이즈 선정 배경에 대해 “지난해 좋지 못한 일로 지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먼저 사과한 뒤 “우리 병원이 그동안 소홀히 지나쳐왔던 게 무엇인지 직원들과 함께 진지하게 반성하는 과정에서 성장에 치우쳐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이야기하다 보니 올해의 캐치프레이즈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저와 모든 부산대병원 직원들이 진심으로 하나 되는 것을 출발점으로 환자의 건강 회복이라는 기본 미션을 실현하고, 이상적인 병원을 만들려는 목표에 공감하며, 건강한 내일을 향해 동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거죠.”

그러면서 그는 부산 울산 경남시민에게 “부산대병원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격려하고 채찍질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물이 넘쳐나는 홍수 때 정작 마실 물이 없다’는 말이 있어요. 4차 산업혁명, 첨단의료, 융합의료 등 의료 관련 용어가 봇물 터지듯 등장하는 시대에 우리 병원이 ‘참 의료’를 실천하는 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부산대병원은 지난 61년간 지역민의 건강증진과 공공보건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발전시킨 저력이 있어요. 올 한 해 부산대병원이 묵은 것을 떨쳐 버리고 다시 비상하는 해가 되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는 올해 캐치프레이즈를 실천하기 지난해 이룬 성과를 계승·발전시키는 동시에 지난해 폐습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산대병원 의료진과 지원 부서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의료와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의사’ IBM 왓슨 포 온콜로지와 환자 개인별 유전자 데이터 분석을 통한 치료 옵션을 추천해주는 지노믹스를 동시에 도입해 인공지능을 의료에 선도적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은 이와 함께 ▷전자차트음성입력 시스템인 ‘보이스 키보드’ ▷진료비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리케이션 ‘HeNA’▷고객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24시간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톡톡 문자메시지로 답해주는 AI 고객 상담서비스 ‘챗봇’을 운영해 환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전공의 폭행 사건의 재발을 구조적으로 막기 위해 “사건 직후 각종 위원회를 소집해 관련자에 대한 징계와 행정적 조치를 취했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완대책으로 원내 폭언·폭행 및 부정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병원장 직속 핫라인 개설, 윤리위원회와 고충처리위원회 활성화, 병원 변호사의 직원교육, 병원 간부와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회의 등을 예로 들었다.

이 병원장은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부산대 의대 병리학교실 주임교수, 부산대병원 교육연구실장, 진료처장(부원장)을 지낸 뒤 2016년 2월 26대 병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부산시 감염병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