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민 변화욕구 강한데
- 시장선거 구도보면 답답
- 여야 모두 이론·철학 빈곤
- 새로운 보수 재건 돕고싶어

동아대학교 박형준 교수는 진보논객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시민 작가도 인정하는 대표적인 보수논객이다. 박 교수는 1년 가까이 종합편성채널 JTBC의 시사·오락 프로그램인 ‘썰전’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유 작가에 맞서 보수의 입장을 대변해오고 있다. 공세적인 스타일의 유 작가에게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현안 분석으로 맞서는 실력을 보이면서 호평도 받고 있다.

보수 논객인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6·13지방선거 전망 등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지난 3일 방송 녹화를 위해 서울에 왔던 박 교수를 여의도 부산시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교수는 “유 작가는 엔터테이너 성격이 강하고, 전임자였던 전원책 변호사는 재밌는 캐릭터였는데 저는 좀 고루하다. 여전히 ‘노잼(재미가 없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저의 방식을 선호하는 일부 팬도 생겼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 6·13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선거의 전망부터 물었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답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답이 돌아왔다.

박 교수는 “한 달의 변수로 결판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지금은 여당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민심은 선거 막판 한 달 전에 생긴 변수에 확 돌아서는 수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뒤이은 17대 총선 때 정동영의 노인 폄하 발언, 20대 총선 직전 180석을 전망했던 과거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 등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한 달 변수들이다. 한 달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가 선거 판세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부산시장 선거 구도에 대해서는 “답답하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부산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데, 여든 야든 새로움의 활력이 별로 안 보인다. 부산이 어떤 의미에서 기득권 구조가 강한 도시가 됐다는 방증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한 기득권 구조와 달리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는 강하다. 시민들은 매력 있는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데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선거가 되고 있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기 있는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지도가 올라갔지만, 박 교수는 일찍부터 소장파 논객으로 이름을 떨쳤다. 1980년대 후반 ‘창작과 비평’ 등 진보적 학술지를 통해 사회과학 논쟁에 참여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2004년 한나라당 후보로 부산 수영구에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이후에는 ‘보수의 브레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이후 이명박(MB) 정부에서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맡으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는 “MB 정부는 성공한 정부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정쟁의 구조에서 낙인이 찍혀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다시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선출직은 안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합리적 중도, 미래지향적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는 데 일정한 역할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해 “여든 야든 이론과 철학의 빈곤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매번 반사이익에만 의존하고 저급한 말꼬리 잡기 수준의 싸움에 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수의 위기도 결국 이론과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됐는데, 새로운 재건 운동이 벌어진다고 하면 담론을 제공하는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