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역시 중 꼴찌로 개원했지만
- 전문법관 배치 등 전문성 강화
- 가정 분쟁·청소년 탈선 예방
- 후견 역할 주도적으로 추진

“그동안 울산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가정법원이 없어 시민이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맞춤형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가정법원이 개원하게 된 만큼 지역의 전문법원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근욱 초대 울산가정법원장이 법원장실에서 법원장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지난달 2일 취임한 울산가정법원 남근욱(56) 초대 법원장은 전국 광역시 중 마지막에 가정법원이 개원한 만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조속히 뿌리내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남 법원장은 “가정 및 청소년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를 사후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가정 분쟁과 청소년 탈선을 방지하는 후견 역할을 하겠다”며 “이혼 등 가정의 해체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해 가정과 청소년의 위기를 예방하는 데 업무의 방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가정이 우리 사회의 근간이라고 강조한 그는 가정의 해체가 곧 사회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법원이 하는 역할과 기능에 대해 그는 “가정법원은 이혼사건 등 가족 간 법률상의 분쟁을 해결하고 범죄나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가사·소년 사건 전문법원”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는 ▷혼인무효나 재산분할 등의 가사재판 ▷19세 미만 청소년의 보호처분을 하는 소년보호재판 ▷가정폭력 사건 등에 대해 형사처벌을 대신하는 가정보호재판 ▷학대 등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아동보호재판 등을 담당한다.

가정법원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다. “가사사건은 일반 재판업무와 달리 사법적 기능뿐 아니라 당사자에 대한 후견적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가정법원이 필요한 이유죠.” 지금까지 울산지법에는 독립된 가사합의 재판부가 없는 탓에 한 재판부에서 가사사건과 성격이 다른 사건을 함께 처리했다. 지방법원에서는 형사·민사 사건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어 법원은 가사·소년 관련 사건의 해결에 역량을 집중할 수가 없다. 이제는 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 사건, 부부 불화, 부모와 자녀의 소통 부족 등 가정 내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남 법원장은 “앞으로 가정법원 소속 판사들은 가사사건만 담당하고, 조만간 전문법관도 배치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사재판 전문성이 강화되고, 후견적 복지 프로그램도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견적 프로그램으로는 현재 운영되는 이혼가정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위한 치유캠프와 함께 이와 유사한 부부·가족 캠프를 꾸준히 열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사업계획도 궁금했다. 남 법원장은 “울산은 산업도시답게 다른 도시와 비교해 맞벌이부부 비율이 높다. 맞벌이 가정은 부모와 자녀가 대화할 시간이 적고, 이는 가족해체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부모가 일하는 직장과 연계한 ‘아빠 엄마의 직장체험’이나 ‘직장 내 맞벌이부부를 위한 가족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각급 법원은 소년·가정·아동보호 절차와 관련해 지역의 교육시설을 지정, 아동 보호와 교육을 위탁하지만 울산은 아동보호시설 등 복지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 같은 실정에 대해 그는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기관을 찾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부분은 관계기관이나 보호시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북 군위 출신인 남 법원장은 경북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고시(31회)에 합격한 뒤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구지법 안동지원장과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