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지역 대형병원이 함께
- 지역 의약품 사용에 힘쓴다면
-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도 없고
- 긴급의약품 등 신속 배송돼
- 더 좋은 약품 사용 가능할 것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약품산업의 동맥 역할을 하는 부산울산경남의약품유통협회가 외지 업체에 잠식당한 지역 의약품 시장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이가 김동원(61) 부산울산경남의약품유통협회장. 김 회장은 26일 “부산 울산 경남지역 의약품유통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며 지역 대형병원과의 상생을 역설했다. 부울경의약품유통협회에는 부울경 200여 의약품 도매업체가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이들 회원사에 고용된 인원은 3000여 명에 이른다.

김동원 부산울산경남의약품유통협회장이 26일 외지 업체에 뺏긴 의약품 유통업권의 회복 방안을 밝히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KTX, SRT를 비롯한 각종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역 환자 상당수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빠져나가 지역 병원의 현실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 대형병원마저 지역 의약품 업체를 배려하지 않고 공개경쟁 입찰방식을 통해 저가의 납품가를 제시하는 외지 업체에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죠. 일부 대형사립병원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주식이나 지분을 가진 간납업체(간접납품업체)를 통해 의약품을 조달받고 있어 지역 업체는 이래저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요.”

부울경의약품유통협회는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인제대 부산·해운대 백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등 부산지역 대형병원의 원내 처방전(외래 환자가 아닌 입원 환자용) 의약품 시장 규모가 연간 2500억 원이고, 이 가운데 외지 업체와 간납업체가 64.0%(1600억 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울산 경남의 경우 울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진주경상대병원, 창원경상대병원 등 대형병원의 원내 처방전 시장 규모는 연간 2400억 원이고, 이 중 59.5%(1190억 원)를 외지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협회는 보고 있다.

협회는 의약품 안전성 확보를 전제하에 지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취지로 부산시·울산시·경남도와 지역 대형 병원에 지역 업체 우선구매를 요청하기로 했다. 그는 “저온보관 의약품과 긴급의약품 발주 때 병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역 업체만이 신속하게 배송·공급할 수 있다”며 “신속하게 의약품 유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약품이 변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부울경 환자의 수도권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자체, 지역 대형병원, 지역 의약품 도매업체 간 유기적 협력과 공동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도매업 종사자들은 직업 특성상 어떤 질환은 어느 병원, 어느 의사가 잘 고치는지 알고 있어요. 큰병에 걸렸다면 무조건 서울로 가려는 주위 분들에게 지역 대형병원을 숱하게 추천해 서울행을 막았는데 정작 지역 대형병원은 지역 업체를 외면해 솔직히 섭섭하기도 하죠.”

그는 지역 중소건설업체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건설업계의 지역의무공동도급제를 차용해 지역 대형병원의 입찰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지역 대형병원이 의약품을 입찰할 때 지역 업체를 배려한다면 사실상 지역 업체만 납품이 가능한 마약류를 각 입찰 그룹에 안배하거나 입찰업체 1개사에 1개 그룹 낙찰방식을 적용하거나 의약품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발주 후 2시간 이내 의약품 공급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요. 부산대병원은 12개 그룹으로 나눠 원내 처방전 입찰이 진행됩니다. 상생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요?”

김 대표는 부산 금성고와 동아대를 졸업하고 1983년 한올제약에 입사해 영남본부장을 거쳐 1994년 고향인 기장군에 해운약품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부본부장, 법무부 산하 부산범죄피해자지원센터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