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목별 생활체육단체 아울러
- 시민건강 증진하는 데 앞장
- 수도권 아닌 지역인사 포진
- 부산외대에 본부사무실 두고
- 스포츠행정 지방 분권 시도

체육 활동을 통해 시민의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세계생활체육연맹(TAFISA)의 한국위원회가 이달 초 설립됐다. 위원회는 시민 참여를 통해 인기 종목은 물론 비인기 종목과 각 지역 전통 종목의 활성화를 꾀한다. 눈길을 끄는 건 생체연맹 한국위원회에서 대표인 위원장과 실무 책임자인 집행위원장이 모두 수도권이 아닌 ‘지역’ 인사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위원회 본부 사무실은 부산에 둥지를 튼다. 한국위원회 살림을 도맡을 홍완식(66) 초대 집행위원장을 만나 인선 및 본부 입지 배경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었다.

	세계생활체육연맹 한국위원회 홍완식 초대 집행위원장이 위원회 설립의 배경과 앞으로의 활동 각오를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엘리트 체육은 시민 참여보다는 순위 매기기와 관전에 그치는 ‘아이(eye) 스포츠’로 점차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체연맹은 시민 참여에 초점을 맞춥니다. 한국위원회는 돈 되는 종목이 아니라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더라도 참여를 끌어내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홍 집행위원장은 생체연맹 한국위원회의 설립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생체연맹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는 달리 국가 단위가 아니라 산악자전거나 주르카네(이란 전통 무예) 등 종목별, 소규모 단체별 가입이 가능하다. 그는 “한국위원회는 그간 생체연맹에 가입한 국내 단체를 아울러 조직을 다듬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연맹 본부의 체육 진흥 관련 방침 등을 시민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이 국가 단위 위원회를 만들어 가입한 뒤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체연맹 한국위원회 본부가 왜 부산에 자리하게 된 걸까. 홍 집행위원장은 ‘스포츠 행정 분권’의 관점에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치·경제는 물론 스포츠 행정마저 서울 중심으로 집권화돼 있다. 논의 초기엔 생체연맹 한국위원회 본부 또한 서울에 자리 잡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하지만 생체연맹 한국위원회를 만드는 데 유길호 위원장(경남 울산) 등 지역 인사의 공이 컸다. 생활체육을 활성화할 본부가 반드시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부산은 실제 생체연맹과도 인연이 깊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생활체육인이 참가하는 축제인 ‘세계사회체육대회’가 2008년 부산을 무대로 개최됐다. 홍 집행위원장은 2007년 이 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부산을 방문한 세계연맹 관계자들이 도시·인구 규모와 생활체육 인프라를 보고 놀라워했다. 부산은 국내 생활체육 활성화의 거점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춘 곳”이라고 강조했다. 본부 위치도 정해졌다. 생체연맹에 가입한 부산외국어대가 남산동 캠퍼스 내 사무실을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부산외대는 지난 9월 세계연맹과 교류·협력·동반성장을 꾀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생체연맹 한국위원회의 당면과제는 지난해 11월 세계연맹 서울총회에서 채택된 ‘미션 2030 활력도시 사업’이다. 이 사업은 국내 각 도시의 생활체육 인프라와 건강 수준을 국제적 수준에 맞추는 작업이다. 부산을 예로 들면, 각 구·군에 만들어진 체육센터의 시설 수준을 살펴보고 센터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클럽 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다. IOC 또한 관심을 두고 있다. 홍 집행위원장은 “이 사업을 통해 올림픽 때만 반짝하고 끝나는 체육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0년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사회체육대회에 파견할 대표단을 조율하는 등 업무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아고와 부산대 법대를 졸업한 홍 집행위원장은 1980년 부산시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영국 런던스쿨에서 지방자치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아시안게임 준비단장, 시 교통국장, 문화관광국장 등을 거쳐 2007년 세계생활체육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생활체육 활성화 활동을 해오고 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