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사업 일자리 해소 초점
- 기업 법·규정 준수 감시하는
- 준법지원인 고용 기업 늘리고
- 후배 위한 스타트업센터 설립
- 해사법원설치 운동 지속 추진

내년 부산의 변호사 수는 1000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15년 전과 비교하면 3배로 껑충 뛰었다. 반면 수임 건수는 거의 제자리다. 변호사 사회도 일자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변호사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이영갑(55·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는 “선거를 치르면서 동료 변호사의 어려움과 바람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과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공익활동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17일 밝혔다.

부산변호사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이영갑 변호사는 “동료 변호사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 개선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효 전문기자

이 변호사는 차기 부산변호사회의 역점사업으로 ‘1기업 1변호사 결연제도’를 먼저 꼽았다. 부산의 중소기업과 변호사를 일대일로 연결해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고문 변호사를 이용할 수 있고, 변호사는 업무 영역을 확대하는 ‘윈-윈’ 사업이다. 그는 이 제도를 정착하기 위해 직접 부산의 공단을 뛰어다닐 생각이다. “지금도 중소기업법률지원단이 있는데 연 10만 원인 적은 비용에도 이용하는 기업 수가 많지 않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지요. 공단 대표들의 모임 등에 직접 찾아가서 이 제도를 설명하고 결연 업체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는 준법지원인 고용 기업을 확대해 변호사 일자리를 늘리겠다고도 했다. 준법지원인은 기업의 윤리경영을 위해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지 감시하는 직책으로, 변호사나 법률 전문가 등이 지원할 수 있다. “자산규모 5000억 원 이상의 기업에는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하는데, 전국 300여 개의 대상 기업 가운데 실제 고용한 기업은 200곳도 채 안 됩니다. 준법지원인 고용 의무 기업을 상장기업까지 확대하고, 지역 변호사의 활발한 진출을 지원하겠습니다.”

젊은 변호사 지원 사업도 구상 중이다. 이 변호사는 부산고등법원 판사를 끝으로 2004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는데, 그땐 부산 변호사 수가 300명에 불과해 먹고사는 건 별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선거를 치르면서 만난 요즘 변호사의 현실은 달랐다. “젊은 변호사들은 사무실 구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 개업 준비에서부터 어려움이 많더군요. 이들을 위한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만들 계획입니다. 컨설팅뿐 아니라 임시 사무실도 지원할 거예요. 또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의 각종 위원회에도 가급적 젊은 변호사를 추천해 다양한 기회를 줄 생각입니다.”

아울러 지자체의 법무 담당관에 변호사가 채용되도록 조정하고, 세무사 공인중개사 등 유사직역과의 업무 경계를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률상담이 무료가 아니라는 인식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변호사로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공익활동도 활발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 집행부에서 진행 중인 해사법원 설치 운동은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독립된 해사법원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동안 공청회도 하고 정치권에도 홍보했지만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는 않은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국회의원도 직접 찾아가고 대법원에도 계속 요구할 거예요. 우리 부산에서 해사법원 설치운동을 하니까 인천에서도 유치에 나서고 있는데, 해사법원이 우리나라 제1의 항구도시인 부산에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겠습니다.”

경남 사천 출신인 이 회장은 김해고와 한양대 법대를 나와 1989년 사법시험(31회)에 합격한 뒤 해군법무관으로 임관했다. 이후 부산지법, 부산고법을 거쳐 변호사로 개업했다. 회장 임기는 내년 1월 22일부터 2년간이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