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공습에 아프간 달려간 20대
- 구호현장 누비며 활동가 성장
- 르완다서 사랑 튼 아내와 결혼
- 조합 설립해 다양한 지원 사업

- “협동조합 부산시민야구단 꿈”

‘이태석 봉사상’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다 숨진 부산 출신 이태석 신부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제정됐다.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가 주관한다.올해로 제8회를 맞은 이 상을 수상한 이는 권기정(43) 개발협력 협동조합(서울 성북구) 빙고 대표다. 2001년부터 13년 넘게 구호·개발 전문가로 아프가니스탄 르완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네팔 에티오피아 이집트 아이티 남수단에서 전쟁과 빈곤, 질병으로 고통받던 이들을 위해 긴급구호와 지역개발 활동을 펼친 경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제8회 이태석 봉사상’ 수상자인 권기정 개발협력 협동조합 빙고 대표가 국제구호개발의 의미와 실천 방법을 들려주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최근 고향 부산을 찾은 권 대표를 만났다. 권 대표는 부산 배정고를 졸업하고 서울 한양대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부모님과 친척이 부산에 살아 종종 방문한다.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경영학도였던 권 대표는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아프가니스탄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단한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쟁 발발 탓에 어려움을 겪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순수하고도 다소 무모한 의지였다.

여러 국제구호단체로부터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듭 퇴짜를 맞은 끝에 굿네이버스 구호단의 일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됐다. 2001년 12월, 막 대학 3학년을 마친 때였다. 현지에서는 군대에서 보급병을 한 경험을 토대로 물자 지원·배분 업무를 맡았다.

10개월 후 한국에 들어왔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학업에 매진하려는데 이번엔 굿네이버스로부터 ‘회계 실력’을 살려 르완다에 가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놓은 시점이었지만 다시 르완다로 가서 의료·보건 활동, 학교 건설, 물품 지원 사업을 펼쳤다. 그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훗날의 아내를 만나 위험 속에서도 로맨스를 꽃피웠다. 1년 뒤 한국으로 돌아와 평범하게 취업시험을 치고 한 기업의 입사를 눈앞에 둔 순간 동남아시아에 쓰나미 피해가 발생했다. 그는 입사를 포기하고 스리랑카로 갔다. 이후 국제구호로 진로를 완전히 바꾸고 에티오피아 이집트 아이티 남수단 등에서 열정적인 구호활동을 했다.

첫 아이가 태어난 2015년 귀국해 개발협력 협동조합 빙고를 설립했다. “국제 구호개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어요. 젊은 시절 자원봉사, 가난한 제3세계 사람들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죠. 그래서 구호개발 전문가의 전문성이 평가절하되고, 국제구호를 생활에서는 실천할 수 없다고 여겨요. 그런 시각을 바로잡고 싶어 빙고를 만들었습니다.”

빙고는 ‘세계시민의식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권 대표는 “현지에 직접 가서 활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커피나 휴대전화를 구매하며 제3세계 아동들의 노동 현실을 생각하는 것,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공정한 대가를 지급할까 생각하는 것이 모두 ‘국제구호개발’의 영역”이라고 했다. 빙고는 특히 ‘국제구호개발’이 젊은이들의 영역이라는 편견을 깨고 중·장년층의 관심사로 확대하기 위해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또 제3세계 협동조합의 물품을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사는 방식으로 이들 나라를 지원한다.

권 대표의 꿈은 의외로 “부산에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시민야구단이 설립되도록 불을 지피고 싶다”는 것이다. “FC바르셀로나 축구단처럼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시민 야구단이 있으면 좋겠어요. 야구팬들의 열정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야구공 배트 유니폼 등에 제3세계의 노동력이 투입됐다는 걸 알리며 그들에게 정당한 수익을 나눠줄 수 있죠. 시민 야구단의 성공이 지역 발전, 국제구호개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