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재 털어 독립군 지원 앞장”

- 최 장군 손녀… 시민단체 활동
- 할아버지 항일 업적 알리려
- 사업회 설립, 도서 출간 준비
- 자료 수집 위해 中까지 발품

“99년 전 봉오동전투는 홍범도(1868~1943)·김좌진(1889~1930) 장군의 영웅담이 아닙니다. 당시 세계 최강이라던 일본 정규군에 맞설 정도로 우리 독립군이 체계적으로 훈련받고 무기와 군 장비를 잘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바로 여기에 최운산(1885~1945) 장군이 있었습니다.”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최성주 이사는 7일 “기념사업회의 최종 목표는 99년 전 봉오동전투가 그저 한두 사람의 영웅담이 아닌 군중담으로 재인식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선임기자 ywlee@kookje.co.kr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최성주 이사는 최운산 장군의 손녀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의 역사를 듣고 자라왔다. 최 이사는 7일 “어렸을 때는 봉오동전투에 대해 매일 들었다”며 “군대를 창설할 때 할머니가 군인들에게 밥도 해먹이고 옷도 입혔다고 한다. 할머니에게 살아 있는 생생한 역사를 들어왔다”고 웃었다. 결혼 이후 서울로 온 그는 언론시민개혁연대 등 시민운동을 이어갔다. 최 이사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서울에 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역사학자의 제안을 받고 2016년 기념사업회를 설립했다. 그는 “역사학자들도 최운산 장군에 대해 잘 몰라 직접 자료를 찾았다”며 “모은 자료를 역사학자에 보여주니 ‘교과서가 바뀌어야 할 내용’이라고 표현하더라”며 “그러면서 교과서를 바꾸기 위해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꾸준히 자료를 모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시더라. 10년이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수교한 이후 자연스럽게 자료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더라. 손주 세대들이 나이가 들어가는데, 자칫하다 할아버지의 역사가 영영 사라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최운산 장군의 기록을 찾기 시작했다”고 했다.

최운산 장군의 기록을 찾기 위해 그는 국내부터 중국 등지까지 발품을 팔았다. 최 이사는 “중국에는 생각보다 자료가 없어 애를 먹었다. 1920, 30년대 자료를 디지털화한다는 명목으로 다 가져갔기 때문”이라며 “국내 역사 자료실을 중심으로 모았는데 대부분 일어로 적혀 번역 과정을 거치는 등 시간이 꽤 걸렸다”고 회상했다.

최 이사는 봉오동전투의 총사령관은 형인 최진동(1883~1941), 참모장은 최운산이고, 홍범도·김좌진은 그 부대의 연대장이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의병 수준의 독립군 부대원을 훈련하고 무장시킨 것은 최운산 장군의 지원 덕에 가능했다”며 “당시 최운산 장군은 간도 제1 거부였다. 중국이 토지 정리 사업을 할 때 황무지를 헐값에 받았고 여기에 생필품, 비누, 과자 공장 등을 세우면서 돈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봉오동전투의 새로운 이해’다. 봉오동 전투가 영웅담이 아닌 군중담으로 재인식시키는 일이다. 최 이사는 “봉오동전투는 그저 한두 사람의 영웅담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거나 중국으로 넘어갔고, 그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승리가 가능했다”며 “특히 전쟁에서 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도 승리의 필수요인이다. 이러한 것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념사업회는 올해 봉오동전투 99주년을 맞아 세미나를 진행하고, 내년 100주년을 맞아 책 출간도 준비 중이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